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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의 진실]②혹한을 뜻하는 '동장군'이란 말이 영어에서 비롯됐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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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일간지 르 프티 주르날(Le Petit Journal)에 등장했던
 동장군 삽화 모습(사진=위키피디아)

프랑스 일간지 르 프티 주르날(Le Petit Journal)에 등장했던 동장군 삽화 모습(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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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겨울철 한파가 몰려오면서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중 하나가 '동장군(冬將軍)'이란 단어다. '동장군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말이 관용어처럼 굳어지면서 겨울철 일기예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가 됐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 혹한을 의미하는 동장군은 한파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어국어대사전에는 동장군을 "겨울장군이란 뜻으로 혹독한 겨울추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한자어로 옛날부터 쓰이던 우리식 표현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이 단어의 어원은 한자가 아니라 영어다. 영어로 'General Frost'라고 썼던 표현이 메이지 유신기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정착된 외래어다.

동장군의 어원을 찾으려면, 1812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러시아 원정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1812년 1월, 나폴레옹은 전 유럽에서 60만 대군을 차출해 러시아로 진군했다. 당시 프랑스는 영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대륙봉쇄령(Blocus Continental)'을 내려 영국과 유럽 모든 나라의 교역을 금지시켰지만, 파산직전에 놓인 러시아는 밀무역을 이어갔고 여기에 분노한 나폴레옹이 친히 대군을 몰아 러시아 원정에 나섰던 것.

러시아원정에서 참패해 퇴각하는 나폴레옹을 묘사한 그림(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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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러시아군의 기세를 꺾고 모스크바를 함락시키는 등 승기를 잡는 듯 싶었지만 이것은 모두 프랑스군의 보급로를 늘어뜨리려는 러시아군의 계책이었다. 결국 그해 겨울, 혹한이 펼쳐지자 식량이 떨어진 나폴레옹군은 퇴각하기 시작했고, 퇴각하는 프랑스군을 추격한 러시아군은 대승을 거뒀다. 이때 입은 피해를 극복하지 못한 나폴레옹은 결국 몰락하고 만다. 세계사에서는 나폴레옹의 천하지배가 끝장난 주요 요인으로 러시아 원정을 꼽는다.

당시 유럽 각국은 물론 나폴레옹 자신도 패배의 주요 원인을 '혹한'으로 돌려버렸다. 자연재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패했다는 것. 물론 현재는 나폴레옹이 단순히 혹한 때문에 패배한 것으로 보진 않는다. 나폴레옹의 러시아원정은 1812년 1월부터 시작해 6월에 러시아령 폴란드로 들어갈 때까지 이미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파리에서 모스크바까지 수천킬로미터를 걸어가면서 보급로가 너무 길어졌던 것.

더구나 그해 여름은 엄청나게 더웠다고 한다. 러시아로 들어간 프랑스군은 러시아의 영구동토가 녹아 간선도로가 진흙뻘로 변하면서 식량수송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나폴레옹의 장기인 포병대도 이동속도가 너무 느려져 보병과의 합류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수천킬로미터를 걸어 모스크바에 다다랐을 때, 극심한 한파가 밀려오면서 나폴레옹이 이끌던 프랑스군은 정말 무시무시한 동장군을 만나게 된다. 전투 도중 전사한 사람보다 얼어죽거나 굶어죽은 사람의 숫자가 훨씬 많았다.

이에따라 나폴레옹의 패배소식을 전하는 영국 및 각국 기자들은 무적의 프랑스군을 패퇴시킨 것은 사실 러시아군이 아니라 '동장군'이었다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이때 'General Frost'니 'General Snow' 같은 표현이 유행했다고 한다. 이후 이 'General Frost' 란 단어는 유럽을 건너 메이지유신기 일본에 들어왔다. 일본인들은 이 단어를 자기네식으로 '후유쇼군(冬將軍)'이라고 고쳐서 불렀고, 다시 일제강점기를 거쳐 이 후유쇼군이란 단어가 동장군으로 변해 우리나라에 정착됐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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