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매일 지나치는 덕수궁은 실상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곳이다. 고궁에 어울리지 않는 서양 신고전주의 양식의 석조전이 있는가하면, 로마네스크 양식을 곁들인 정관헌이라는 국적 불명의 건축물도 보인다. 대한제국 당시 고종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지은 것들이다.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 정동 극장 뒷편, 일반인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골목길을 지나면 중명전이 보인다. 한때 덕수궁의 한 영역이었으나 일본이 덕수궁을 해체하면서 떨어져 나갔다. 이곳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고 헤이그 특사 파견이 결정된 역사적 장소다. 일제하에서 외국인들을 위한 사교클럽 장소로 사용될 정도로 관리가 부실했다.
덕수궁을 둘러보면 국사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의 장면들이 떠올리게 된다. 구한말 동북아 약소국에 불과했던 조선은 청ㆍ러시아ㆍ일본 등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다 결국 일제 치하의 설움을 겪게 된다. 고종은 아관파천 이후 경운궁을 중건하며 독립국으로서 대한제국의 면모를 과시하려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중장기 사업 전략을 구상하는 기업인들의 머리는 더욱 복잡해졌다. 이제 정치에 이어 외교라는 변수까지 고려해야할 판이다. 오는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첫 방문한다. 문재인 정부 외교력의 진정한 시험대가 되리란 전망이다. 우리 국민과 기업은 구한말 열강에 휘둘려 결국 주권을 상실했던 고종의 모습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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