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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야기]과부가 완성시킨 와인,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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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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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샴페인은 과부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정도로 과부들의 업적이 크다는 뜻이다. 첫 번째, 가장 많이 알려진 뵈브 클리코 퐁사르당(Veuve Clicquot Ponsardin)의 '클리코'는 27세(1805년)에 과부가 돼 평생 샴페인 제조에 공을 들였다. 샴페인 제조에서 가장 골치 아픈 찌꺼기 제거 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A자형 나무판 '퓌피트르(Pupitre)'를 발명, 샴페인을 맑게 만드는 획기적인 공을 세운다. 또 와인에 설탕을 첨가, 2차 발효시키는 방법을 개발해 완벽한 발효를 유도하고, 1818년에는 최초로 로제 샴페인을 만들기도 했다. '마담 클리코 퐁사르당'이 샴페인업계에서 세운 혁신은 대단했다. 즉 동페리뇽의 손에서 태어난 미완성 상태의 와인을 현대적인 모습으로 완성시킨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라 그랑드 담(La Grande Dame)'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마담 클리코 외에 포므리(Pommery & Greno)사의 '마담 루이스 포므리' 역시 39세 때 남편과 사별하고 사업을 이어받았다. 젊었을 때 영국에서 공부한 덕분에 영국으로 수출을 많이 했고, 1874년 알렉산드리나 빅토리아 하노버 영국 여왕의 요청에 따라 최초로 드라이 타입(Brut)의 샴페인을 만들었다. 영국의 전성시대를 구가한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은 뵈브 클리코와 포므리 두 집안의 최고의 고객이었는데 그 역시 1861년(42세) 남편과 사별한 과부였고 샴페인을 아주 좋아했다.
루이 로데레(Louis Roederer)의 '카미유 오를리 로데레'는 남편이 죽은 후 42년 동안 회사를 맡아 운영했다. 그가 회사를 맡을 때 러시아혁명의 여파로 러시아 수출길이 막히고, 미국이 금주법을 시행해 거의 파산 직전에 이르렀다. 하지만 뛰어난 미모와 사교성으로 화가, 작가, 배우 등 예술가들과 친분을 쌓아 자신의 샴페인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고, 가족이 운영하는 경마장에서도 샴페인을 마실 수 있도록 활발하게 판촉을 해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시켰다. 로랑 페리에(Laurent-Perrier)의 '마틸드 에밀 페리에'도 35세 때 남편이 죽은 후 사업을 물려받으면서 회사 명칭을 '뵈브 로랑 페리에(Veuve Laurent-Perrier)'로 개명했다. 그러면서 연간 5만상자를 생산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판로가 막혀 애를 먹었지만 곧이어 영국시장을 개척, 회사를 부흥시켰다.

뵈브 아 드보(Veuve a Devaux)는 39세의 과부인 '클로드 조제프 드보'가 운영하다가 1846년 아들이 이어받았다. 그가 사망한 후 두 번째 과부인 며느리가 이어서 1895년까지 운영하며 영국과 미국, 독일, 러시아 등으로 수출해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1907년 그의 아들이 죽고 드보 가문의 세 번째 과부인 며느리가 1951년 80세로 사망할 때까지 경영을 맡았다. 보기 드문 '과부 3대'의 샴페인이 된 것이다.

그런데 왜 회사 명칭에 '과부(Veuveㆍ뵈브)'라는 단어를 붙였을까? 19세기까지만 해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여성은 결혼하지 않으면 아버지에게, 결혼하면 남편에게 속해 자신의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과부는 회사 대표가 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독립된 사회적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아울러 샴페인 지역은 다른 곳보다 개방적인 곳으로 프랑스 사회에서 최초로 여성들이 사업가의 면모를 갖추고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줬다.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의 성공으로 10여개의 샴페인 하우스가 뵈브라는 단어를 명칭 앞에 붙였고 심지어는 과부가 운영하지 않은 곳에서까지 쓰기도 했다. 이는 이 단어가 남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다 마케팅적인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샴페인은 과부들의 이야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영한사전을 보면 '더 위도우(The widow)'가 속어로 샴페인이란 뜻이 있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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