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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카톡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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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팔뚝에 불끈 솟은 힘줄, 상대를 노려보는 매서운 눈초리. 힘과 힘이 충돌하는 순간, 격렬한 몸싸움이 뒤따른다. 기습공격을 막아냈다는 기쁨도 잠시….

"2층이 뚫렸다." 상대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법으로 진지를 탈환했다. 무협 소설 얘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과거 국회에서 벌어졌던 모습이다.
연말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힘센 자가 지배하는 'UFC 전당'과 다를 바 없었다. 쟁점 법안과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면 국회 본회의장 출입구와 국회의장석 주변을 차지해야 했다. 몸싸움 역량이 강조되면서 씨름 선수, 격투기 선수 출신 의원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초동여담] 카톡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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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안 처리는 법정 시한(12월2일)을 넘기기 일쑤였다. 언제 예산안 표결이 이뤄질지 몰라 국회에서 비상대기를 하다가 새해를 맞이할 정도였다. 이는 2013년 연말까지 반복됐던 국회 풍경이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과 함께 국회도 많이 달라졌다. 법정 처리 시한도 잘 지켜졌다. 지난해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정국이 어수선할 때도 새해 예산안은 12월3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가 마음만 먹으면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법정 시한 내 예산 처리에 실패한 것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과거와 올해 달라지지 않은 풍경도 있다. '쪽지 예산'으로 불리는 민원성 끼워 넣기 예산 문제는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쪽지 예산 문제는 올해가 더욱 심해졌다는 관측도 있다. 과거에는 종이에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는 방식이 보편적이었다면 요즘은 카카오톡을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일반적이다.

카톡을 활용한 예산 끼워 넣기는 실시간으로 구체적인 요구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쪽지 예산은 전달한 쪽지를 폐기하면 은폐하기 쉬웠다. 반면 카톡 예산은 어느 한쪽만 메시지를 지우지 않아도 고스란히 증거가 남는다.

민원성 예산이 편성되도록 요구하는 것은 '세금 도둑'이라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쪽지 예산을 근절할 방법은 나와 있다. 내부고발자의 심정으로 카톡방을 공개하는 의원이 나타난다면 굳건하게 유지돼온 쪽지 예산의 성벽에도 균열이 시작되지 않겠는가.






류정민 건설부동산부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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