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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unter]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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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의 '테드, 미래를 보는 눈'

[Encounter]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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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스포츠영화들은 '언더독'에 지나치게 기대는 경향이 있다. 우승 또는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전면에 내세워 동정을 유발한다. 관객은 약자로 부각되는 주인공을 응원하면서 심리적 애착을 가진다. 이길 것으로 예상되는 주체가 강할수록 그 마음은 더 커진다. 존 G. 아빌드센 감독의 '록키(1976년)'가 대표적이다. 록키 발보아(실베스터 스탤론)는 언더독의 전형이다. 고리대금업자의 하수인 노릇으로 생계를 이어가다 에이드리언(탈리아 샤이어)을 만나면서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복싱 세계챔피언 아폴로 크리드(칼 웨더스)는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해 무명 복서에게 도전권을 주는 이벤트를 마련하고, 그 상대로 발보아를 지목한다. 발보아는 패하지만 끝까지 바닥에 쓰러지지 않는다. 승리보다 중요한 사랑을 쟁취한다.

그보다 유명한 언더독은 구약성서 사무엘 상 제17장에서 발견된다. 여호와의 가호를 받은 양치기 소년 다윗이다. 청동갑옷으로 무장한 골리앗을 물맷돌 하나로 물리친다. 이 승리는 기독교 세계에서 그리스도의 예루살렘 입성을 예시하는 사건으로 중요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연약한 존재도 용기를 잃지 않으면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더 많이 알려졌다. 약한 쪽이 훨씬 강한 쪽을 제압하는 흔치 않은 경우를 지칭하는 예로 자주 거론된다. 그런데 우리는 왜 다윗을 약자라고 생각할까? 골리앗보다 덩치가 작아서, 나이가 어려서, 미천한 양치기 신분이어서, 가진 무기가 물매밖에 없어서?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이 쓴 '테드, 미래를 보는 눈'에서 캐나다의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54)은 다윗과 골리앗에 잘못된 선입견이 개입된다고 주장한다. 고대 군대에는 물매병이 있었다. 물매는 살상력을 갖춘 위협적인 무기다. 돌을 1초에 일곱 번 정도 돌리다가 발사하면 초속 약 35m로 날아간다. 웬만한 야구 투수가 던지는 공에 필적하는 속도다. 당시 기록에 200m 이상 떨어진 목표를 맞힐 수 있었다고 하니 정확도도 상당하다. 또한 대결이 벌어진 쉐펠라 골짜기의 돌은 보통 돌보다 밀도가 두 배가량 높은 중정석이었다. 정통으로 얼굴을 맞으면 살아날 도리가 없다. 골리앗은 중무장한 상태였기 때문에 날아오는 돌멩이를 보고도 쉽게 몸을 피할 수 없는 처지였다. 글래드웰은 "다윗의 승리는 신의 뜻이거나 우연한 행운이 아니었다. 치밀하게 계획되고 준비된 승리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골리앗이 강자라는 관념 또한 착각일 수 있다. 성경에 따르면 그는 골짜기로 내려올 때 시종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왔다. 또 다윗의 옷차림과 무기가 허술한 것을 그가 코앞에 왔을 때야 비로소 알아챘다. 심지어 다윗의 지팡이를 보고 막대기들이라고 한다. 글래드웰은 "거인증의 가장 흔한 형태인 말단비대증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말단비대증은 뇌하수체에 생기는 양성 종양에 의해 성장호르몬이 과잉 분비되는 병이다. 종양이 자라면서 시신경을 압박해 종종 심한 근시나 난시를 유발한다. 골리앗은 강자라기보다 환자에 가까웠을 수 있다.

이런 주장은 국내에서도 각광받는 지식 강연 테드의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테드는 '퍼뜨릴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란 모토로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1984년 설립된 미국의 비영리 재단이다. 심리학, 철학, 과학, 음악, 미술, 운동, 교육 등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각자의 전문 지식을 풀어놓는다. 테드, 미래를 보는 눈은 이를 그대로 옮기는데 머물지 않는다.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글래드웰이 저서 '아웃라이어', '블링크', '티핑 포인트' 등을 통해 강조해온 '통찰의 힘'과 결부해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숨은 비법으로 전한다.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만 투자하면 한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다며 강조한 '1만 시간의 법칙'을 함께 소개하며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를 강조하는 식이다. 예측불허의 세상을 헤쳐 나갈 노하우로, 미래를 만들어나갈 우리에게 작은 힌트를 제공한다. 불과 여섯 장에 담긴 강연들이지만, 단순히 노력만을 강조하는 두 시간짜리 스포츠영화보다 훨씬 뜻깊은 방향이다. 알고 보면 스포츠에 이변이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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