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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중국의 '인공지능 굴기'와 미국의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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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 KAIST 명예교수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 KAI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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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달 사이 미국 언론에 중국의 인공지능(AI)에 관한 기사가 넘쳐났다. 기사의 발원은 MIT에서 발간되는 기술 리뷰(MIT Technology Review)다. 그 보고서에서는 한자로 '中國 人工知能 屈起(중국 인공지능 굴기)'라고 굵은 제목이 달려 있었다. 중국의 인공지능 투자와 발전을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경쟁자의 부상을 두려워하는 속내도 읽을 수 있었다.

중국은 2015년 '중국제조 2025계획'을 내놓으면서 2025년까지 세계 제1의 제조강국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공장 자동화를 적극 추진하면서 로봇ㆍ전기차 등 제조분야 10대 전략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미다. 거의 같은 시기에 인터넷과 전통산업을 융합해 핀테크ㆍ온라인투오프라인(O2O)등을 키우겠다는 '인터넷+ 전략'도 발표했다.
AI에 관해서는 2016년 3월 '인공지능 행동계획'이 나왔다. 2018년까지 1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투자 규모가 커서 눈과 귀를 의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0년에 걸쳐 1조원을 투자해 보겠다는 전 정부의 계획도 흐지부지 되고 있는 판이다.

이에 더해 지난 7월말, 중국 국무원은 '새 시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에 관한 통지'를 공표했다. 이는 중국이 AI를 국가 발전의 핵심 엔진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을 잘 보여준다. 2030년까지 AI 연관 산업 규모가 1650조원을 초과할 것이라 예상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AI 이론과 응용 기술을 개발, 중국을 AI 중심국가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또한 융합의 핵심기술로써 AI을 스마트 제조ㆍ스마트 의료ㆍ스마트시티ㆍ스마트 농업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개방협동형 AI 과학기술 혁신 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히면서 중점 추진할 기초이론과 주요 기술능력을 나열했다. 구체적으로는 학과 간 경계를 넘는 융합연구와 알고리즘ㆍ통계학 연구를 강화하고 고급 인재 양성을 가속화하기 위해 인공지능 학과 및 전공 신설과 함께 석ㆍ박사과정을 더욱 다양하게 개설하기로 했다. 고등학교 과정에도 AI 내용을 넣는다. 천인계획과 같은 해외 고급인재 유치도 힘쓴다는 얘기다.
AI를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도 숨기지 않았다. 군민융합을 강화해 쌍방 간 AI 응용을 촉진시키며, 혁신자원을 공동으로 건설하고 공유하겠다고 한다. 과학기술부 산하에 추진사무국을 설립하고 전략 자문위원회를 설립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중국의 움직임에 미국이 두려움을 갖는 것은 투자의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투자를 늘이면 학문ㆍ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AI 발전에는 또 다른 요소가 있다. 데이터다. AI 발전의 동력은 바로 데이터 수집 능력이다. 중국에는 7억3000만명의 인터넷 사용자가 있으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 열성적으로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에 익숙하며 O2O와 공유 경제 시행에도 적극적이다. 이번 광군제 기간 동안 온라인 거래가 27조원 규모였다고 한다. 중국은 이런 활동을 통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셈이다. 누가 어디에 가고 무엇을 사며 무엇을 먹고 즐기는지 등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이 용이한 중국이기에 미국이 중국의 굴기를 두려워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AI 발전의 핵심 동력인 '개방과 공유'의 정신을 이어 받아 오픈 리소스 형태의 공유시스템 강화를 촉진하겠다는 구절이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전공자나 관련 엔지니어가 턱없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안도를 해 보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불안과 함께 서글픔이 다가온다. AI 기술은 서구에서 시작됐지만 완성은 그 반대편에서 돼가고 있다. 우리도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일본이 센서와 로봇 그리고 노인요양 부문에 전략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참고해야 한다.

AI를 ICBMㆍ블록체인 등과 같은 수준의 단위 기술로 인식하는 것도 안타깝다. 국가경제자문회의나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이 AI 라는 것을 선언하고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굴기를 철저히 분석함과 동시에 미국의 대처 방식, 일본의 전략 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KAI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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