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그스토어 등 소매점 중심으로 제품 공급하거나
하라주쿠 등 주요 도심에 브랜드숍 열어 인지도 높여
가시적인 성과도…미샤 매직쿠션, 누적 판매량 300만개 넘봐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한국 화장품(K-뷰티) 브랜드들이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꼽히는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보다 기술, 인식, 트렌드 등이 앞서 있는 콧대 높은 시장이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를 앞세워 일본 수요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세대 화장품 브랜드숍 미샤와 대기업 LG생활건강은 일본 현지 소매점을 중심으로 쿠션 형태의 베이스 메이크업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은 일본 젊은층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하라주쿠 등 도심에 브랜드숍 에뛰드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변화가 나타났다. '쿠션 화장품' 덕분이다. 일본에서 쿠션 화장품은 카테고리 분류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발달하지 않아 '틈새 시장'이었던 데다, 전세계가 인정하는 원조격인 K-쿠션의 제품력이 바탕이 됐다.

일본 야마구치시 야마구치현에 위치한 헬스&뷰티 드러그스토어 이와사키 체인에는 한국 화장품(K-뷰티) 1세대 브랜드숍 미샤의 '텐션팩트'와 '매직 쿠션'이 시세이도 등 일본 현지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과 나란히 진열돼 있다.(사진=조호윤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실제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났다. 2015년 '매직쿠션'으로 첫 발을 내민 미샤의 매직쿠션 판매량은 올해 말 300만개를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50만개에서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6배 성장한 셈이다.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올 3월에는 텐션팩트도 론칭했다. 텐션팩트의 누적 판매량은 20만개. 매직쿠션과 텐션팩트 덕분에 일본 지사 매출도 273억원으로, 2015년 대비 2배에 가까운 성장세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가격'이다. 매직쿠션과 텐션팩트의 현지 가격은 각각 1080엔(한화 1만500원), 1944엔(한화 1만9000원). 수입 브랜드의 쿠션가격이 6000~7000엔(한화 5만~6만원대)인 점과 비교하면, 70%가량 저렴한 셈이다.
LG생활건강도 미샤와 마찬가지로 소매채널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일본에 유일하게 진출해 있는 자사 브랜드숍 더페이스샵을 통해 일본 최대 유통업체 AEON 리테일과 손잡고, 전국 200여개 매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일본 시장의 고령화된 연령층과 세분화된 구매 패턴을 파악해 '쿠션 파운데이션'과 '시트마스크', '한방 스킨켕' 등의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 출시한 한방 스킨케어 라인인 '예화담'을 신규 론칭하고, 바쁜 일본 여성들을 위한 짧은 시간에 메이크업이 가능한 '지단' 콘셉트에 특화된 쿠션 파운데이션을 캐릭터 협업 형태로 선보였다. 향후에는 AEON 리테일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LG생활건강은 "타 국가와 달리 브랜드숍이 아닌 셀프 픽킹 형태가 주류인 일본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 대비 높은 품질 만족도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며 "일본 로컬 브랜드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한방 스킨케어' 콘셉트와 편의성에 특화된 '쿠션 파운데이션' 등은 판매처의 주 고객 연령대의 니즈와도 잘 맞아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K-뷰티 맏형격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자사 색조 브랜드 에뛰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지난해 12월 '패션의 중심지' 도쿄 하라주쿠에 에뛰드하우스를 오픈하면서, 일본 젊은이들이 쉽게 한류를 접할 수 있게 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공격적인 사업 확대보다는, 추이를 지켜보는 수준이다. 실제 헤어케어 브랜드 려는 '잠정 보류'인 상황이고,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은 2014년 백화점에서 철수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이미 성숙된 시장인데다 우리나라보다 앞선 부분이 많아 쉽지 않다"고 이유를 들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일본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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