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진정성 시험대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최근 충북지역의 한 하위직 여성 경찰관이 내부 감찰조사를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 유족이 감찰에 직접 관여한 직원들에 대한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현직 경찰관들도 대거 호응하면서 경찰의 '셀프수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충북 충주경찰서 소속이던 고(故) A 경사(38·여)의 유족은 23일 오전 11시 경찰청에 무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협박, 직무유기 등 혐의로 A 경사의 감찰에 관여한 7명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충북지방경찰청은 청문감사담당관실에 A 경사의 업무 태도와 관련한 익명의 투서가 들어오자 감찰을 벌였다. A 경사는 감찰 조사를 받던 중 지난달 26일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고, 이후 동료 경찰들 사이에서 충북청이 무리한 감찰을 벌여 A 경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료 경찰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전·현직 경찰관들의 온라인 모임 '폴네티앙'이 지난 14일부터 충북청장 등 지휘부에 대한 연명고발인 모집에 나선 가운데 현재까지 3000명이 넘는 경찰·시민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근창 폴네티앙 회장(경남 함안경찰서 경위)은 “다음 주 화요일(28일)께 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족과 일선 경찰관들이 검찰이 아닌 경찰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하면서 A 경사 사망에 대한 경찰의 자체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인권경찰'을 표방하며 경찰이 각종 개혁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번 수사가 개혁의 진정성을 시험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대고발에 참여한 한 경정급 경찰관은 "정작 내부 직원의 인권도 보호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 인권을 보호한다고 말할 수 있겠나"라며 "엄정한 내부 수사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해당 사건을 본청 수사과에 배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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