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운항관리규정'에 따르면 1항사는 현장 지휘, 2항사는 응급 처치와 구명뗏목 작동, 3항사는 선장을 보좌해 기록ㆍ통신 업무를 담당한다. 선원법 제11조엔 "선장은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사고 당일 매뉴얼은 무용지물이었다. 비상 상황에서 승객 탈출을 도와야 할 선장과 일부 선원들은 내부 매뉴얼을 내팽개치고 서둘러 빠져나왔다.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 지시에 잠자코 있었던 304명의 희생자들은 가족과 생이별했다. 지휘체계의 실종, 유명무실한 매뉴얼이 빚은 참극이었다.
지연 보고를 모의한 김현태 세월호현장수습부본부장은 유가족ㆍ미수습자 가족들과 같이 밥 먹고 생활하며 밀착해 지낸 사람이다. "희망고문을 하기 싫었다"는 그의 말이 거짓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마음에서 그랬든 본인의 자의적 판단으로 매뉴얼을 무시한 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이유는 3년7개월의 기다림을 뒤로하고 목포신항을 떠난 유가족의 기자회견 내용에 잘 나와 있다. "뼈 한 조각이라도 따뜻한 곳에 보내고 싶었지만 더 이상의 수색 요구는 무리라고 결론 내렸다. 이제는 혈육을 가슴에 묻고 내려놓겠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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