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오후 한 詩] 이것은 희망의 노래/이원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검은색으로부터 그것은 떠오른다. 그것은 오로지 검은색이다. 그것은 오로지 검은색이었다가 검은색이고 검은색이 될 것이다. 검은색 속에서 검은색이 떠오른다. 검은색 속에서 검은 바람이 일어난다.

 그것은 검은색.
 불어오는 것이다. 우리는 휩싸이는 것이다. 검정의 바람이 되는 것이다.

 구겨 넣은. 긴 손처럼. 긴 혀처럼.

 그리고 침묵.
 그 속에 우리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묻히는 것이다. 숨 막히는 것이다. 다시 일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림=이영우 화백

그림=이영우 화백

AD
원본보기 아이콘
 
■이 시가 실린 이원 시인의 시집 제목은 "사랑은 탄생하라"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문장은 이상하지 않은가. '사랑'인데, 권유나 청유가 아니라 명령형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사랑'이 서술어나 목적어가 아니라 주어라는 점도 일반적이지 않고, 보조사 '은'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시인은 왜 이처럼 무리한 문장을 썼을까? 그런데 바로 앞의 질문은 실은 이렇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 엉뚱한 문장은 우리에게 무엇을 일깨우고 있는가라고. 짐작하건대 그것은 '사랑은'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가 스스로를 목적으로 삼는 유일무이한 주체라는 점이며, 그래서 강력한 형식의 정언명령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가 사랑을 행한다기보다는, '사랑'에 "휩싸이는 것이다." 사랑 "그것은 떠오른다. 그것은 오로지"다. 채상우 시인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