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명 받은' 서울함, 서울 최초 함상공원으로 재탄생

서울함의 모습.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군함의 함장석은 대통령도 앉을 수 없습니다”

22일 서울 망원한강공원에 국내 11번째 함상공원인 ‘서울함 공원’이 개장했다. 공원엔 30여년간 우리나라 바다를 지키고 퇴역한 위함 ‘서울함’, 고속정 ‘참수리호’, ‘돌고래급’ 잠수정 3척의 군함이 닻을 내렸다. 이번 공원 개장을 통해 시민들은 ‘국가 최고지도자도 앉을 수 없는 함장석’은 물론 군사 기밀시설인 잠수정도 원형 그대로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서울함공원 참수리호 갑판에서 바라본 잠수정의 모습.

공원에 들어서자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안내센터를 관통하고 있는 잠수정의 모습이다. 잠수정은 ‘돌고래급’(178t급)으로 1990년 우리나라 기술로 만든 최초의 잠수정으로 잠수특전요원을 적진으로 침투시키기 위해 개발됐다. 지난해 퇴역 전까지 진해 일대에서 활동했다.

잠수정은 길이 25m, 폭 2.1m의 잠수정은 내부가 좁아 성인 남성 두 명이 나란히 서면 공간이 꽉 찼다. 내부를 관람하다보면 우리나라 영해를 지키는 해군들이 얼마나 힘든 환경에서 근무하는지 느낄 수 있다. 해군본부 소속 관계자는 “잠수정은 국가 기밀시설로 퇴역을 하더라도 일반인에 공개가 잘 되지 않지만 이번에 시민에게 전면 개방됐다”고 설명했다.

잠수정을 나와 안내센터 2층과 연결된 다리를 건너면 고속정 ‘참수리호’를 관람할 수 있다. 참수리호는 150t급으로 제1연평해전에서 활동한 것과 같은 기종으로 연안 경비와 보안을 담당했다. 현재는 생산이 중단 됐으며 일부가 부산과 목포에서 활동하고 있다. 참수리호 내부에선 실제 해군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볼 수 있다.

참수리호를 빠져나오면 공원의 핵심인 ‘서울함’을 관람할 수 있다. 1984년 취역해 2015년 퇴역하기까지 수도권 서측해역 방어임무를 수행했던 서울함은 이제 한강에 닻을 내렸다.

서울함이 자리 잡은 마포구 망원동 인근엔 조선시대 수군(水軍)들의 훈련을 지켜보던 정자인 ‘망원정’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세종 임금은 종종 행차해 수군의 훈련을 살피고 백성들의 농사를 시찰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박기용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총무부장은 “1866년 병인양요로 당시 서울시민들이 최초로 근대식 전함을 목격한 장소”라며 “역사적인 장소를 기념해 서울 최초의 함상공원 '서울함 공원'을 조성했다"고 덧붙였다.

서울함 조타실 내부 모습.

축구장과 비슷한 길이 102m, 아파트 8층과 맞먹는 높이 28m의 서울함 내부에 들어서면 식당과 침실, 이발소 등 원형 그대로를 지켜볼 수 있다. 또 “전우는 가슴에 묻고 적은 바다에 묻는다”와 같은 해군의 다짐이 담긴 글귀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서울함 관람의 백미는 4층의 조타실이다.

조타실에 들어서자 해군 관계자는 “함장석은 대통령도 앉을 수 없는 공간”이라며 “군함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함장석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보면 실제로 배의 함장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또 군함 외부로 나와 상층부로 올라서면 한강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서울함 바닥엔 4개의 콘크리트 블록이 있고 이를 두께 70㎜의 체인으로 군함과 연결해 정박시켜 놓았다. 이를 통해 한강 상류인 팔당댐에서 초당 3700t을 방류해도 견딜 수 있도록 했다.

서울함 내부 모습.

공원엔 퇴역한 3척의 군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잠수정을 품고 있는 안내센터는 홍수 시 그 자체가 선박의 역할을 하게 된다. 폭우 등으로 한강물이 범람했을 시 안내센터는 잠수정을 품고 하부에 설치한 부유시설이 작동해 물 위로 최대 10m까지 뜨도록 설계됐다.

한편, 공원은 아쉬운 점들도 다수 발견됐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안전’이었다. 한강에 정박 중인 서울함의 경우 난간의 높이가 낮아 자칫 한강으로 빠질 위험이 커 보였다. 또 군함 내부의 계단은 매우 좁고 가팔라 어린이, 임산부, 노약자 등은 많은 주의가 필요해 보였다. 시설물의 이동경로가 좁고, 계단으로만 이뤄져 있어 장애인의 관람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박 부장은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계단 등은 기존 함정에 설치한 것을 떼어내고 새롭게 조성했다”고 설명했지만 보완이 필요해보였다.

또 주변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볼거리가 적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공원 인근엔 카페, 벤치 등 편의시설 조성이 돼 있지 않았다. 참수리호에서 군복 착용 등의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지만 시민의 체험 공간은 다소 부족해 보였다. 박 부장은 “앞으로 서울함에서 근무했던 퇴역 군인을 초청하는 홈커밍데이 등 행사를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함공원은 겨울철인 11~2월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토요일·공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나머지 계절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토요일·공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둘러볼 수 있다. 다만 매주 월요일과 1월1일 설날과 추석 당일에는 휴관한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청소년·군인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다만, 12월 3일까지는 시범운영 기간으로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