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발생한 북한군 귀순 사건을 담은 영상은 첩보영화의 한 장면처럼 긴박감의 연속이었다. 영상의 도입부분은 13일 오후 3시 11분쯤으로 북한군 지프차가 빠른 속도로 군사분계선(MDL) 북쪽에 위치한 일명 '72시간 다리'를 건너고 있는 나타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이때부터 한미연합사 상황실은 북한의 이상동향을 처음 감지한다.
북한군 지프차는 1분 뒤인 3시13분에 MDL 10m 앞까지 돌진하다 '쿵' 소리를 내며 배수로에 빠지고 만다. 이어 1분 뒤인 3시14분 판문각에서부터 북한군 추격조 4명이 MDL쪽으로 빠르게 달려오더니 15분부터 백두산 권총과 AK소총으로 귀순하는 북한 병사를 향해 40여발의 총격을 가하기 시작한다. 곧바로 지프차에서 내린 귀순병사는 복부와 어깨 등에 모두 5발의 총상을 입은 상태에서 10여m 앞의 MDL을 넘어 사력을 다해 남쪽으로 뛰었다. 이 군인은 MDL 남쪽 50m 지점까지 달리다 기어가기를 반복한 후 결국 쓰러졌다. 이 당시 귀순한 병사는 이미 바닥에 쓰러진 상황에서 총알을 추가로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귀순병사가 쓰러진 곳은 공교롭게도 상황실 CCTV의 사각지대였다. 우리 군은 귀순병사가 MDL를 넘어온지 16분이 지난 오후 3시 55분열상감시장비(TOD)영상에서 귀순병사의 쓰러진 장소를 확인했다. 그는 군사분계선에서 50여m, 아군 초소에서는 후방으로 불과 20여m 떨어진 숲속 낙엽더미에 쓰러져 있었다.
한미연합사는 이 영상에 북한군 추격조 1명의 MDL을 월선한 점, 북한군이 MDL 남쪽을 향해 사격을 한 점 등이 담겨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가리는 결정적인 증거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들 증거를 군사정전위원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정전협정은 ▲적대행위와 일체의 무장행동 중지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설정 ▲군사정전위원회 및 중립국감독위원회 설치 ▲전쟁포로 인도ㆍ인수 ▲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정치회의 소집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JSA의 대대장이 직접 나서 귀순병사의 신병을 확보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중사 2명이 낮은 포복으로 이동해 여러 발의 총상을 입은 북한군을 안전한 건물 뒷편으로 옮겨 신병을 확보했다. 대대장은 뒤에서 엄호와 지휘를 하는 모습도 담겼다. 우리 군도 대응사격을 하지 않아 남북간 교전으로 확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엔군사령부는 이날 JSA 귀순자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 사건에서 북한군이군사분계선을 넘어 총격을 가했다는 것과 북한군 병사가 잠시나마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두 차례의 유엔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JSA내 유엔군사령부 인원이 판문점에 위치한 연락채널을 통해 오늘 이와 같은 위반에 대해 북한군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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