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철 핵융합연구소 연구원, 핵융합 연구 결과로 찾아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블랙 오로라'의 비밀이 핵융합 연구 결과로 풀렸습니다. 오로라의 어두운 부분인 '블랙 오로라'에서 발생하는 강한 전기장의 비밀이 국내 핵융합 연구자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소장 직무대행 유석재)는 KSTAR 연구센터의 이관철 책임연구원이 핵융합장치에서 발생하는 플라즈마 현상을 분석하는 방법을 활용해 오로라와 같은 지구 이온층에서 발생하는 전기장의 원리를 규명하는데 성공했다고 22일 발표했습니다.
이관철 연구원은 오로라에서 발생하는 강한 전기장의 원리를 핵융합장치에서 만들어진 초고온 플라즈마에서 나타나는 전기장 발생 현상과 동일한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핵융합장치 내부에 만들어지는 초고온 플라즈마의 가장자리 부분에는 이온화 되지 않은 원자나 분자 상태의 중성입자가 존재합니다. 이 중성입자들은 플라즈마를 구성하는 이온들과 충돌해 반응합니다. 이때 핵융합장치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에 의해 나선 운동을 하던 이온들은 직선 운동을 하는 중성입자와 충돌하면서 나선 운동의 축 위치가 변경됩니다.
이 연구원은 핵융합플라즈마에서 이온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자이로중심이동분석법'을 오로라 같은 자연 현상에도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블랙 오로라에서 나타나는 강한 전기장 역시 핵융합플라즈마와 마찬가지로 이온과 중성입자의 상호작용에 의한 현상이라는 것을 규명해 냈습니다.
적도 부근 고도 약 100㎞ 상공의 지구이온층에서 정오 무렵 동쪽으로 발생하는 전류 현상인 적도고층전류(Equatorial Electro Jet)에서 관측된 수직 방향의 전기장 역시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습니다.
이 같은 핵융합플라즈마와 오로라에서 나타나는 전기장 발생 현상 규명 결과는 기존 플라즈마 물리학의 기본원리로 잘 알려진 '준중성(quasi-neutrality)'이론에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준중성은 이온과 전자로 이뤄진 플라즈마는 내부에 전기장이 생겨도 아주 작은 영역에서만 존재하고 플라즈마 전체적으로는 평형을 이루고 있다는 원리를 말합니다. 이번에 규명된 오로라의 전기장 현상은 이 원리와 일치하지 않는 결과를 보이며 플라즈마 경계 영역에서는 준중성 원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새로운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인공태양이라고도 불리는 핵융합 장치에서 만드는 초고온 플라즈마는 우주와 유사한 현상을 보인다"며 "핵융합플라즈마 연구 과정에서 나온 결과가 오로라와 같은 자연현상에서 발생하는 물리법칙을 규명한 것도 흥미로운 결과이고 이 같은 방법으로 핵융합연구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 성과는 지난 15일(논문명:Electric field formation in three different plasmas: a fusion reactor, arc discharge, and the ionosphere) 플라즈마 물리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피직스 오브 플라즈마(Physics of Plasmas)'에 실렸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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