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발표하면서도 이 같은 조치가 북핵 문제와 직접 연관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지정은 북한과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적 제재와 불이익을 가할 것이며 살인 정권을 고립화하려는 우리 최대의 압박 작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날 발표는 중국의 대북 특사인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별다른 성과 없이 중국으로 돌아온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아시아 순방 기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는 한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을 통해 북한에 대한 설득에 주력했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이 결국 평양 당국에 의해 거부당했다고 판단, 초강경 기조로 선회한 셈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부를 살인 정권으로 규정한 것은 당분간 대화 재개에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날 '북한에 대한 고립'에 방점을 찍었다. 일각에선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가 시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테러지원국 지정이 실질적인 추가 압박이 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낙인찍고 이를 발판으로 국제사회에 북한과 외교관계를 격하하고 무역을 차단하라고 거세게 요구할 전망이다.
이 같은 기류는 북한에 대한 제재가 서서히 효과를 드러내고 있다는 기대도 반영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은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로 북한은 연료 부족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북한 정권의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는 것이 북한 주민을 돕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도 "북한과의 외교를 여전히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뉘앙스는 예전과 다소 차이가 난다. 북한에 대화를 설득이라기보다는 고강도 압박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걸어 나오도록 만들겠다는 트럼프 정부내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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