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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칼럼]과로사회와 대통령의 연차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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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15일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10년째 깨지지 않고 있던 정상회담 관련 ‘기록’을 경신하고 귀국했다. 지난 13일 밤 필리핀 마닐라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가장 늦은 시간에 개최하고 끝난 정상회담’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두레르테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원래 예정 시간인 오후 6시 반(현지시간)보다 3시간 40분 늦은 10시10분에 시작해 10시38분에 끝났다. 앞서 잡혀있던 아세안 관련 회의가 줄줄이 늦어지면서 심야 정상회담이 열렸다. 역사에 남을 만한 회담이었지만 한국시간으로는 자정이 지난 시간에 회담 결과가 나와 조간 신문은 물론이고 방송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이전 기록은 2007년 3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시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국왕과 밤 9시20분부터 10시 30분까지 진행한 정상회담 및 협정서명식이었다.
7박 8일 순방 기간 동안 문 대통령은 3개 나라를 옮겨 다니면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비롯해 양자회담만 7번 했다. 순방 기간 동안 문 대통령의 육성을 직접 들을 기회가 3번 있었는데 내내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귀국해서는 포항지진 때문에 청와대에 도착하자 마자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의 조속한 통과를 당부하면서 “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당연시 여기는 사회가 더 이상 계속돼선 안 된다”고 말했지만 그 누구보다 과로에 시달리는 사람이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으로 일했던 1년 동안 격무에 시달려 치아 10개를 뽑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연설문 표현까지 챙기는 문 대통령의 성격상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수석 때 보다 일은 줄어들지 않고 스트레스는 많아 졌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4개월 만인 지난 9월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것은 현재의 업무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연차를 다 쓰겠다”고 공언했다. 문 대통령의 올해 연차는 8일 남아 있다. 자신이 한 말은 지켜야한다는 강박증이 있는 대통령이지만 연말까지 일정을 보면 이 말을 지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이번 주에는 국빈 방한하는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칸 대통령 환영식과 정상회담, 만찬이 줄줄이 잡혀 있다. 다음 달 중순경 예정된 중국 방문에 앞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차례 더 해야 한다.
중국 방문 이후에는 일정을 최소화해서 남은 연차를 꼭 소진했으면 한다. 문 대통령부터 과로사회를 당연시 여겨서는 안 된다. 쉬어야 하는 이유는 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에 잘 나와 있다. '1년쯤 되자 다들 지쳐서 나가 떨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자신을 몰아칠 일이 아니었다. 좀 더 긴 호흡으로 멀리 보면서 체력관리를 해나가는 게 바람직했다.'

/정치부 차장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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