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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土요일에 읽는 지리사]'연오랑과 세오녀'의 고향,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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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호미곶 해맞이공원 조성당시 건립된 연오랑과 세오녀 동상 모습(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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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포항'이란 지명이 자주 언론에 노출되는 상황이다. 포항이야 포항제철도 유명하고 동남권의 중심도시 중 하나라 잘 알려진 지역 중 하나임에도 우리나라에서 경상북도 포항시의 지명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우리나라 동남 해안의 주요 항구 중 하나다보니 주로 '포구 포(浦)'자에 '항구 항(港)'자를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포항은 한자로 '浦項'이라고 쓴다. 뒤에 붙은 항자는 항구란 뜻이 아니라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류지점인 '갯목'을 뜻한다. 사실 포항이란 지명은 형산강 하류의 갯목에 세웠던 한 건축물의 이름에서 나왔다.
본래 도시이름은 그 지역의 중심 고을 이름에서 주로 따오지만, 포항이란 이름은 특이하게도 고을 이름에서 따온 것이 아닌 셈이다. 포항은 1731년, 조선 영조 7년에 설치된 '포항창진(浦項倉鎭)'이란 관청 창고 이름에서 따왔다. 포항창진은 함경도 지역의 기근을 구제하기 위해 5만석 규모의 창고와 14척의 배를 보유한 곡식 운송용 창고였다. 포항창진이 들어선 영일현 북면의 대흥리는 그때서야 이름을 포항리로 고쳤으며 이것이 포항이란 지명의 시발점이 됐다.

1970년, 포항제철소 1기 고로 착공식 당시 (왼쪽부터)박태준 사장, 박정희 대통령, 김학렬 부총리가 착송 버튼을 누르는 모습(사진= 포스코)

1970년, 포항제철소 1기 고로 착공식 당시 (왼쪽부터)박태준 사장, 박정희 대통령, 김학렬 부총리가 착송 버튼을 누르는 모습(사진= 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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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포항의 주된 지명은 '영일(迎日)'이었다. 이는 '떠오르는 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로 한반도에서 가장 빨리 해가 떠오르는 호미곶을 끼고 있기에 예전부터 태양의 고장, 빛의 고장 등으로 불렸다.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일월성신설화인 '연오랑과 세오녀' 이야기의 배경도 이 영일만이다. 주인공인 연오랑의 이름 역시 이 영일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유사의 연오랑과 세오녀 이야기에서 연오랑 부부는 일본으로 건너가 왕이 되고, 해와 달을 잃은 신라는 고민하다가 세오녀가 직접 짜서 보낸 비단을 하늘에 바치고서야 해와 달이 도로 떴다는 전설이 나온다. 이 이야기의 해석을 두고 여러가지 학설이 나오고 있는데, 연오랑과 세오녀 이야기가 신라의 건국 세력이었던 박혁거세의 박씨 가문이 해양세력인 석탈해의 석씨 가문에게 밀려 일본으로 망명한 일이 배경이 된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후 이 영일만 일대에는 천제단이 존재했고 봄과 가을, 중양절에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전해지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모두 사라져버렸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지나면서도 농업과 어업을 하는 한적한 마을이던 포항은 1960년대부터 완전히 새로운 지역으로 탈바꿈된다. 현재 굴지의 공업 대도시로서의 포항이 가진 이미지는 1968년, 포항제철이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됐다. "실패하면 영일만 앞바다에 빠져죽겠다"는 각오로 시작됐다는 포항의 발전은 우리나라 산업화의 역사와 맥을 함께한다. 현재 포항은 인구 52만의 동남권 최대 경제, 문화 중심지 중 하나로 우뚝섰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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