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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생존권-주민 보행권…막다른 길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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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 창동역 하부 보행환경 개선공사
주민들 "걷기 불편·범죄 위험, 노점 전면 철거" 촛불시위
노점상 "생계 달려, 상생 원해"…서울 내 노점상 5년새 1500개 감소


지난 13일 오후 7시 도봉구 창동역 2번출구 앞에서 주민 50여명이 '노점상 재설치 결사반대' 촛불집회를 벌이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7시 도봉구 창동역 2번출구 앞에서 주민 50여명이 '노점상 재설치 결사반대' 촛불집회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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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서울 곳곳에서 자치구와 주민, 노점상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 노점상의 철거를 주장하지만 노점상은 '생존권 보장'을 내세우고 있다. 시는 주민과 노점상 상생의 길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7시. 창동역 2번 출구 앞엔 50여명의 주민이 촛불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노점 전면 철거"를 외쳤다. 집회에 참가한 한 주민은 "그동안 노점상들이 거리를 차지해 걷기 너무 불편했고, 취객들이 주거지역까지 흘러들어와 범죄 위험이 높아졌다"며 "노점상을 모두 철거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의 이 같은 반발은 도봉구와 '전국노점상총연합 북동부ㆍ북서부'가 업무협약을 맺고 시작한 '창동역 하부 보행환경 개선공사'로부터 시작됐다. 협약에 따라 노점상은 도봉구의 '거리가게 실태조사'에 협조하고 노점 규모를 줄여 주민의 보행 환경을 개선하기로 약속했다. 도봉구는 노점상과 이용객을 위한 화장실과 상하수도 공사를 실시해 상생협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노점상을 위한 상하수도와 화장실 건설에 주민세금을 투입할 수 없다"며 노점상 전면 철거를 요구했다.

'불법 노점상 양성화 결사반대 주민대책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는 천인술씨는 "구에서 주민을 위해 쓰는 돈은 없으면서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노점상에게만 세금을 쓴다"며 "주민의 의견이 관철될 때까지 촛불집회는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민대책위는 주민 1만여명으로부터 노점상 반대 거리서명을 받았다.
반면, 도봉구는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도봉구 관계자는 "상하수도 건설과 화장실 건설에 6500만원이 투입 된다"며 "전체 공사 예산인 12억9200만원 중 일부이고 주민을 위해 사용되는 예산이 훨씬 더 크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 동작구와 서대문구의 경우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 구에서 예산을 들여 노점상에게 축소된 부스를 제작해 줬다"며 "그와 반대로 우리는 노점상이 직접 비용을 부담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사는 40% 정도 진행된 상태다.

노점상 측은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전국노점상총연합 관계자는 "우리는 생계가 달려있다"며 "최대한 구청과 협조해 주민과 서로 상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동역 2번출구 앞에 자리잡았던 17개 노점상이 도봉구의 '보행환경 개선공사'로 잠시 철거 된 상태다. 공사가 완료되면 노점상이 재입점할 계획이었으나 현재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하며 도봉구, 주민, 노점상이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 왼쪽은 철거 전, 오른쪽은 현재 공사 중인 모습이다. (사진(왼쪽)=네이버 지도)

창동역 2번출구 앞에 자리잡았던 17개 노점상이 도봉구의 '보행환경 개선공사'로 잠시 철거 된 상태다. 공사가 완료되면 노점상이 재입점할 계획이었으나 현재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하며 도봉구, 주민, 노점상이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 왼쪽은 철거 전, 오른쪽은 현재 공사 중인 모습이다. (사진(왼쪽)=네이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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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이 같은 노점상과 주민들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3년 12월 노점상과, 일반 상인, 도시 계획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거리가게 상생정책자문단'을 출범시켰다. 시는 자문단을 통해 '노점상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었지만 지지부진한 채 시간만 끌었고, 지금도 노점상을 둘러싼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각자의 이해관계가 분명한 상황이다 보니 관련 전문가도 쉽게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노점상 재산조사를 통해 2인 기준 재산이 3억원이 넘는 상인은 기업형으로 분류해 도로점용 허가를 내주지 않는 쪽으로 방향이 잡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점은 도로법 시행령 제55조에 따라 '도로점용허가를 받아 도로를 점용할 수 있는 시설'로 규정 돼 있다. 시나 구의 허가를 받지 않은 노점의 경우 불법이다.

한편, 시와 자치구의 불법노점 단속으로 노점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노점 수는 7718개로 2015년 8038개보다 약 300여개 줄었다. 2012년(9292개)과 비교했을 땐 약 1500개의 노점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 보행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되 노점상의 생존권도 보장할 수 있는 상생의 방향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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