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적폐'라는 표현을 즐겨 쓴 건 나라꼴을 이 지경으로 만든 적폐의 장본인 박 전 대통령이었다. 집권 중반기였던 2015년 박 전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깨끗하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오랫동안 쌓여온 적폐를 해소하는 일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적폐 발언을 꺼내기 시작한 건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다. 당시 그는 '국가 개조'를 통해 그동안의 적폐를 바로잡고 대한민국의 틀을 다시 세우겠다고 했다. 언론은 이를 관료사회의 적폐와 전쟁을 선포했다고까지 표현했다. 박 전 대통령은 관료사회의 비정상적인 관행과 공무원의 관(官)피아, 철밥통 폐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정권의 중요한 고비마다 적폐청산을 강조했다. 앞에서는 전반적인 개혁방안 마련을 강도 높게 주문했지만 정작 본인은 적폐의 컨트롤 타워였다. 본인의 청와대 참모와 수석, 장관들은 물론 재임 시절 국가정보원장들이 모두 구속될 상황에 놓인 상황은 비선(秘線), 실선(實線)을 가리지 않는 적폐 정부였다는 입증이기도 하다.
급기야 '관계자'라는 연막 뒤에 숨어 "노무현 정부의 비밀을 폭로하겠다"는 말까지 등장했다. 광복 이후 친일의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것은 대한민국의 뼈아픈 역사적 과오였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전개되고 있는 지금의 적폐 청산 역시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한다.
칼을 쥔 검찰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법 정신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를 해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훗날 '적폐청산'이 아닌 '정적청산'이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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