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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후]시동도 안 건 재난안전통신망 보강 공사, 누구 탓?

최종수정 2017.11.15 15:01 기사입력 2017.11.15 12:00

'뉴스 그후'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 미처 기사를 통해 전달하지 못한 앞·뒤 전·후의 이야기를 자유로운 형식으로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재난안전통시망 시연 모습. 사진제공=행정안전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서비스 지역이 아닙니다." 14일 오전 강원도 평창 진부면에서 재난안전통신망 시연 중 단말기에서 수시로 터져 나온 소리다. 진부면 소재지 내에서만 해도 깔끔한 동영상과 또렷한 음성을 통해 집단ㆍ1대1 통신이 가능했지만 면 소재지를 벗어나자마자 '수신 불가' 메시지가 떴다.

워낙 산이 높고 골짜기가 깊은 곳이라 '조금 벗어나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수신 불가 상태는 의외로 오래 지속됐다. 10여㎞를 달려 평창동계올림픽의 주무대격인 '알펜시아 스포츠 파크' 인근에 도착할 때가 되서야 간신히 인근 차량 탑승자들과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허술한 통신망이라면 막상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릴 때 과연 제대로 써먹을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기자들의 얼굴에 의문이 가득하자 동행한 행정안전부 관계자들은 서둘러 "보강 공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올림픽 개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산골짜기로 인해 전파 음영이 발생하거나 전파가 약한 지역들을 대상으로 기지국ㆍ중계기 추가 설치가 진행 중이라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행안부는 총 87억원을 투입해 올해 말까지 평창ㆍ강릉ㆍ정선 지역에 기지국 32개, 중계기 6개 등을 설치 중이다. 올림픽 선수단이 오가는 인천공항~강원도 사이의 수송로의 경우엔 81억원을 들여 상용통신망과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의문이 드는 것은 도대체 왜 이런 중대한 프로젝트에 결정적 '하자'가 발생했냐는 것이다. 재난안전통신망은 정부가 군ㆍ경찰ㆍ소방ㆍ의료기관 등이 재난ㆍ사고ㆍ테러 등 긴급 상황시 사용할 수 있는 통합 통신망을 만들자는 취지로 2015년부터 무려 총 1조9600여억원의 거액을 들여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다. 1대1, 1대그룹, 그룹대그룹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음성ㆍ동영상 통화는 물론 자료 공유 등이 가능한 '통합 멀티디미어' 통신망이다.
상용 통신망이 재난ㆍ사고시 통화량 폭주로 다운되는 경우가 많아 구조ㆍ수습 당국들이 사용하기 어려울 때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뛰어난 통신 품질ㆍ속도, 완벽한 보안도 특화된 장점이다. 군은 군대로, 소방ㆍ경찰ㆍ의료기관들도 각자 사용 중인 별도 통신망이 있는 상태에서 굳이 필요하냐, 상용망을 이용하면 되지 않냐는 등의 반대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후 구조ㆍ수습 등 대응 과정에서 통합 통신망의 필요성이 인정돼 2015년부터 본격 추진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평창ㆍ강릉ㆍ정선을 '시범 지역'으로 선정해 야심차게 첫 선을 보일 계획이었다.

약 500억원으로 운영센터 1개소ㆍ기지국 220개소ㆍ전용단말기 2496개를 보급해 대회 운영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만약의 사태인 각종 재난ㆍ사고ㆍ테러에 대응한다는 방침이었다. 내년엔 중부권 5개 시도, 2019년엔 남부권, 2020년엔 수도권 등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중대한 통신망 사업은 그러나 시작도 하기 전에 '보수공사'에 들어가 있는 처지다. 애초 시범사업을 설계할 때 잘못 설계를 했을 수 있다. 또는 안 그래도 말이 많던 사업이 지난해 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타당성 검토를 다시 받을 정도로 존폐의 위기에 처하면서 충분한 예산이 투입되지 못한 점이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

정부가 설계·시공 업체에게 책임을 묻는 대신 보강사업 계획과 예산을 스스로 세워 진행하고 있는 것을 보니 대충 감이 오긴 한다.

명확한 것은 초대형 국가 이벤트의 평창동계올림픽을 뒷받침할 중요한 기둥 중 하나가 부실하게 제작돼 긴급 보수 공사 중이라는 사실이다. 한국 사회의 전반적으로 부실한 기초 토대가 상징적으로 나타나는 지점인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할 뿐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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