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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SOC 예산 확보, 공중전-수중전 '싸움의 법칙'

최종수정 2017.11.11 09:14 기사입력 2017.11.11 09:14

국토위 예산 심의 거치며 지역구 SOC 예산 증액…예산결산특별위 2라운드, 예산확보 경쟁 치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국정감사와 예산안 예비 심사에서 스크린 도어 필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동해선 스크린 도어 설치비 780억원 증액을 촉구했는데….”

지난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부산진구을)은 부산 지역의 관심 사업인 동해선 스크린 설치 예산 편성을 요구했다.

국토부 입장에서 예산 증액 요구가 나오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선뜻 예산 증액을 약속할 수 없다. 하지만 국회의원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맹성규 국토부 제2차관은 “실무적으로는 기재부 협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지만 위원회에서 의견을 모아주면 그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헌승 의원의 요구는 어떻게 정리됐을까. 국토교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한 차례 정회한 뒤 여야 간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새해 국토부 예산안을 재조정했다. 결과적으로 동해선 스크린 예산 200억원이 반영된 상태로 조정안이 통과됐다.

국회는 지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SOC 예산은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가장 확실한 홍보 수단이다. 지역구 주민들의 거주환경 개선 효과를 각인시키는 유용한 수단이다.
11~12월은 새해 예산안이 결정되는 시기다. SOC 예산을 담당하는 국토교통위는 가장 뜨거운 상임위원회 중 하나다.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은 물론이고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민원 사항들도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온다.

물론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다. 예산은 한정돼 있고, 한쪽 예산을 늘리면 다른 쪽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때문에 경쟁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여야 의원들은 SOC 예산 확보를 위해 ‘공중전’과 ‘수중전’을 병행한다.

이헌승 의원 사례는 전형적인 공중전이다. 공개적인 회의에서 SOC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없고, 언론 홍보 효과도 기대할 방법이다. 지역구 주민들에게 자신들이 뽑아준 국회의원이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9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는 치열한 공중전이 진행됐다. 경기도 현안인 천안-광명 간 도로(금호로) 광역도로 추가 지정 예산 109억원, 충북 지역 현안인 천안과 청주공항 간 복선전철 예산 10억원이 증액됐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교통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 논의 과정에서 삭감된 도시재생 사업 관련 예산을 재논의해달라고 요구했다. 도시재생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이자 국토부가 힘을 싣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낸 안 의원의 요구는 ‘정치적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위의 예산안 재조정 과정에서 도시재생 자율주택정비사업 관련 예산 100억원이 추가됐다.

국토교통위는 기존에 마련했던 국토부 새해 예산안에서 의원들의 민원 사항 등을 토대로 664억8900만원을 증액한 수정안으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일반철도 안전 및 시설 개량 예산 66억8900만원을 삭감해 총액은 달라지지 않았다.

국토교통위 심의를 거치면서 국토부 예산은 달라졌지만,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각 상임위원회에서 올라온 부처별 조정 예산을 다시 심의해서 최종 국회 예산안을 마련하게 된다.

예결특위는 공중전 못지않게 ‘수중전’이 뜨겁게 전개된다. 공식 회의석상이 아니라 물밑에서 개별 지역구의 민원 사항을 관철하고자 노력한다는 얘기다. 이른바 ‘쪽지 예산’으로 불리는 끼워 넣기 예산 증액 경쟁도 가열된다.

2014년 이후 올해까지 정부가 제출한 SOC 예산과 국회를 통과한 SOC 예산 비교.

특히 SOC 예산의 경우 여야는 물론 지역별로도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갈리는 사안이다. SOC 예산 확보를 위한 공중전과 수중전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도 동원된다. 대표적인 게 ‘지역 홀대론’ 자극이다. 실제 홀대가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강력한 압박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고질적인 지역감정 자극의 폐해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역 홀대론은 다른 지역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여야 실세 힘을 빌려서 특정 지역구 SOC 예산을 따내거나 예결위원을 상대로 로비를 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의원들의 노력 결과에 따라 희비는 엇갈린다. 내년에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한 SOC 예산 확보 경쟁은 더욱 가열될 수밖에 없다.

대한건설협회를 중심으로 건설업계도 SOC 예산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태다. 일단 국토교통위 심의를 거치면서 SOC 예산이 일부 증액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예결특위 논의 과정에서 다시 조정될 수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준현 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SOC 예산 정상화를 요구하는 국회 토론회를 3차례나 여는 등 설득 노력을 벌인 결과가 일부 반영된 것 같다”면서 “예결특위 위원들에게도 SOC 예산이 경제성장률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부분에 관해 설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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