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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정말 사랑했나]①40대 남성 15세 소녀 성관계…법원은 '사랑'이다

최종수정 2017.11.10 06:12 기사입력 2017.11.09 16:06

법원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연예인이 될 수 있다”

지난 2011년 8월 당시 중학교 2학년 15살이었던 A양은 이 말 한마디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는 B씨에게 건넸다. 이후 B씨는 A양을 불러내 승용차 안에서 키스하려다 A양의 거부로 실패한 후 며칠 뒤 다시 불러내 차 안에서 성관계를 했다. 당시 B씨는 A양 보다 27살이 많은 42살이었다. 이후 B씨는 다시 며칠 지나 자신의 집에서 A양과 성관계를 했다.

B씨는 A양과 이 같은 관계를 지속했고 이듬해 4월 A양은 B씨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고 가출해 B씨 집에 머물렀다. 이후 A양은 9월 아이를 낳은 직후 B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경찰에 A양과 서로 좋아서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1심은 이 사건에 대해 “A양은 또래 학생들에 비해 표현 능력이 미숙하고, 부모 또래인 남성을 며칠 만에 이성으로 좋아하게 돼 원만하게 성관계를 했다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에 비춰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몸이 아픈 상태에서 갑작스런 강간 시도에 제대로 저항을 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B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양이 1년 이상 신고를 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가족에게 알려질 경우 극도로 수치스러울 뿐 아니라, 난폭한 성질의 B씨 앞에서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B씨는 A양이 임신한 기간에 다른 범죄 혐의로 구속됐는데, A양이 구치소에 거의 매일 찾아와 ‘사랑한다’는 취지의 편지를 주고받은 점을 근거로 연인관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B씨의 혐의를 인정해 각각 징역 12년과 징역 9년을 선고했지만, B씨는 "사랑해서 이뤄진 관계로 강간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상고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는 조씨가 다른 사건으로 수감돼 있는 동안 ‘사랑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계속 보냈다”며 “평소 스마트폰 메신저 등을 통해서도 애정표현을 자주 했다”는 등의 근거로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후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2015년 10월 11개월에 거친 심리 끝에 B씨에 대해 9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조씨를 구치소에서 접견했을 때 조씨의 강요와 두려움 때문에 편지를 쓰라고 강요받았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그렇게 보기 어려운 내용도 있고 피해자가 조씨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내용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파기환송심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이날 무죄가 확정됐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사건의 쟁점은 ’의제강간 적용 나이…13살 이상 피해자는 가해자의 ‘위력’ 밝혀야

하지만 대법원으로부터 원심파기를 취지를 받은 B씨에게 징역9년을 선고한 2심 재판부(1심을 심리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 내용 중 일부를 보면 이 사건의 ‘쟁점’ 이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어 해당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 으로 보인다.

당시 2심은 B씨 주장에 대해 "A양이 임신해 배가 부른 상태에서 집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어려웠고, 그런 내용으로 편지를 적지 않으면 피고인이 크게 화를 내곤 했기 때문에 인터넷에 떠도는 글이나 드라마 대사, 노래 가사 등을 참고해 마음에도 없는 내용을 적었다는 진술은 정황상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1심 등 각각 재판부의 입장이 다른 이유는 현행법은 만 13살 미만 아동과 성관계를 맺으면 무조건 성폭행으로 간주하지만 만 13살 이상부터는 위력에 의한 성관계임이 입증돼야 성폭행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는 형법상 의제강간 조항 적용 대상자를 ‘13살 미만’에서 ‘16살 미만’으로 높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현행법이 이렇게 개정됐다면, 해당 사건의 경우 피해자 A양 진술신빙성 등을 따질 필요도 없이 피고인에게 유죄가 선고될 수 있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면서 실제로 2012년 의제강간 적용 나이를 만 13살 미만에서 16살 미만으로 올리자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민법 등 다른 법률에서는 만 19살 미만까지 음란물 차단, 술·담배 금지, 계약 제한 등의 규제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행위에 대해서만 유독 관대하다는 지적도 뒤 따랐다.

하지만 당시 법무부와 법원행정처는 반대 의견을 냈다. 나이를 올리면 △중학생들끼리 좋아서 성관계를 맺어도 처벌 대상이 돼 과잉 처벌 우려가 있고 △신체·성의식 발달로 13살만 돼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스마트폰 등장 등 기술의 발달로 범죄수법 고도화…처벌 규정은 그대로

당시 법무부의 이 같은 판단은 기술의 발달로 다변화하고 범죄수법도 고도화하고 있는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대법원에서 선고된 성폭력 사건 판결을 토대로 피해자의 연령을 분석한 결과 (2001년 1월1일 ~ 2011년 1월31일/2013년 1월1일~2014년 2월28일 기준) 피해자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고(40.5%), 다음으로 20대(28.1%), 30대(12.3%)의 순서이고, 2000년에는30건(37.0%)이었던 10대 피해자 비율이 2013년에는 178건(47.2%)로 증가했다.

또 경찰청에 따르면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범죄는 해마다 3000건 가까이 발생했다. 2015년 12세 이하 943건, 15세 이하 1998건이 발생했으며 2016년에는 12세 이하 921건, 15세 이하 1750건에 달했다.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총 3366명으로 전년 3234명보다 132명(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각국의 입법례 등을 참고하여 의제강간죄의 연령기준을 상향하는 것은 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율을 감소시키거나 적어도 처벌의 흠결을 보완하는 등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일부 주는 18세 이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처벌하고 있으며, 자신보다 4살 이상 어린 12~16세여성과 성관계를 할 경우 벌금형과 함께 30년 이상의 유?무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스위스?영국?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16세 미만 여성과의 성관계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없음을 악용한것’으로 보고 처벌하고 있다.

2015년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주관한 ‘미성년자 의제 강간 등 연령 상향에 관한 토론회’ 에서 천정아 변호사는 “휴대전화 앱 등 통신기기를 이용한 성범죄 사건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106건(49.8%)의 피해자가 13~16세의 청소년이었다”며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성인에 비해 판단이나 인지·방어능력이 부족한 아동·청소년들이 성폭력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스마트폰의 등장 등 기술 발달에 따라 범죄수법도 고도화 하고 있는 가운데 처벌 규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한편 국회에서는 의제강간죄 적용 연령을 ‘16세 미만’으로 높이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해 계류 중에 있다. 현행 형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하면 무조건 '의제 강간'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13세 이상인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 등의 '허점'을 차단하려는 취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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