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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보 다리' 아래 흘러간 사랑의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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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사람]시인 기욤 아폴리네르 타계 99주기

미라보 다리(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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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 우리의 사랑도 흐르는데 / 나는 기억해야 하는가 / 기쁨은 늘 괴로움 뒤에 온다는 것을'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가 미라보 다리를 걷다 연인과의 사랑을 회상하며 썼다는 이 시는 20세기 초반 프랑스 파리가 가지고 있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는 어떤 사랑을 미라보 다리 아래로 흘려보냈을까.

9일은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세상을 떠난 지 99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시인이자 소설가, 평론가로 이름을 떨쳤으며 초현실주의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부상을 입었고 스페인 독감까지 겹쳐 1918년 11월9일 38살의 나이에 숨졌다.
그의 이른 죽음은 한 사람에게는 평생의 한으로 남았다. 바로 그가 미라보 다리를 건너며 떠올렸던 연인 마리 로랑생이다. 아폴리네르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19살에 파리로 와 자유로운 삶을 즐겼고 아방가르드 운동에 참가하는 등 새로운 예술을 주도했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화가였던 로랑생을 만난 것은 1907년이었다고 한다. 파블로 피카소의 소개였다.

로랑생은 미라보 다리와 가까운 오퇴유에 살았고 연인이 된 아폴리네르도 근처로 이사를 왔다. 그들이 미라보 다리에서 흐르는 센 강을 보며 속삭였던 사랑은 시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아폴리네르는 "서로의 손을 잡고 얼굴을 마주하고 / 우리의 팔이 만든 / 다리 아래로 / 영원한 눈길에 지친 물결들 저리 흘러가는데"라고 썼다.

하지만 1911년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가 도난당하고 피카소와 함께 아폴리네르도 조사를 받는 일이 생기면서 로랑생은 그에게 이별을 통보했다고 한다. 아폴리네르는 추억이 쌓인 미라보 다리를 걸으며 로랑생을 그리워했다. '미라보 다리'의 마지막 구절에는 그의 절절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하루하루가 지나고 또 한 주일이 지나고 / 지나간 시간도 / 사랑도 돌아오지 않네 /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 밤이 오고 종은 울리고 / 세월은 가고 나는 남아 있네"
아폴리네르는 세월은 가고 자신은 남아 있다고 읊조렸지만 정작 남아 있었던 이는 로랑생이었다. 아폴리네르가 1918년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로랑생은 평생 그를 그리워하다 1956년 73세의 나이로 숨졌다. 그리고 이런 유언을 남겼다. "나에게 하얀 드레스를 입히고 나의 연인 아폴리네르의 편지를 빨간 장미와 함께 가슴에 위에 올려달라."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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