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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삼성전자 인사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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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논어 위정편(爲政篇)에서 공자는 자신의 일생을 회고하며 쉰살을 지천명(知天命), 예순살을 이순(耳順)이라 칭했다. 50세가 되도록 학문에 정진한 뒤 천명을 알게됐고 60세에 이르러 만물의 이치를 통달해 듣는 대로 모두 알아듣게 됐다는 것이다.

위정편에 나오는 내용은 아니지만 옛날에는 60세 이후면 장수하는 격이라 나이별로 부르는 호칭이 더 세밀해진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환갑(還甲)은 61세를 뜻한다. 60갑자(甲子)를 한바퀴 돌고 새해를 맞았다는 의미다. 회갑(回甲)도 같은 의미다.
스도쿠 같은 숫자 퍼즐을 즐기듯 당시 양반들은 한자를 파자해 새로운 의미를 찾는 일을 즐겼다. 화(華)자를 파자하면 십(十)자 열개와 일(一)자 한개로 나뉜다. 그래서 61세는 화갑(華甲)이라고도 한다. 61세에서 한살 더 먹으면 진갑(進甲)이다. 말 그대로 환갑에서 한살 더 먹었다는 뜻이다.

공자가 70세를 놓고 일흔살을 종심(從心)이라 칭하며 마음가는대로 해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다는 뜻을 풀어낸 반면 시인 두보는 70세를 맞아 쓴 시 곡강(曲江)에서 고희(古稀)라 했다. 예로부터 사람이 칠십을 살기는 드문일이라는 뜻이다.

77세는 희수(喜壽)라 부른다. 오래 살아 기쁘다는 뜻이다. 희(喜)자를 초서로 쓴 뒤 다시 파자하면 칠십칠(七十七)이 된다. 80세는 산수(傘壽)다. 산(傘)자를 팔(八)과 십(十)으로 파자했다. 88세는다시 미수(米壽)라 부른다. 미(米)자를 파자하면 팔십팔(八十八)이 된다.
90세는 구순(九旬), 91세가 되면 100살까지 살 것을 바라본다 해 망백(望百)이라 불렀다. 99세는 칭하는 한자어는 2개가 있다. 첫째는 졸수(卒壽)다. 졸(卒)자를 파자하면 구(九)와 십(十)이 나와 이렇게 부른다. 졸수보다는 백수(白壽)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일백백(百)자가 아닌 흰백(白)자를 쓰는데 이게 재미있다. 백(百)에서 일(一)을 빼면 백(白)이 되니 99세를 뜻한다.

이제부터는 범인의 범주를 넘어선다. 장자는 100세를 가리켜 상수(上壽)라 불렀다. 공자는 역사서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서 120세를 상수(上壽)라 칭했다. 사람의 수명 중 최상의 수명이라는 의미다. 111세가 되면 황제의 나이라는 뜻으로 황수(皇壽)라 칭했다. 이견이 없는 인간의 최대 수명은 120세다. 하늘이 내린 수명이라는 뜻에서 천수(天壽)라 부른다.

실제 120살까지 살지 않더라도 장수한 사람을 가리켜 천수를 누렸다고 얘기하는 유래다.

장황하게 나이 얘기를 꺼내든 것은 삼성전자 인사 때문이다. '세대교체'라는 말에 걸맞게 과거 삼성전자를 이끌던 인물들이 회사를 떠나고 2선으로 물러서며 50대 젊은 사장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옆에서 인사를 지켜보는 사람으로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인사가 시작되며 돌았던 60세 이상 사장, 부사장의 퇴진은 기정사실화 됐다. 일단 기준이 정해지면 예외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삼성 인사팀의 철칙중 하나다. 남아야 할 사람도 떠날 수밖에 없는 가을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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