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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unter] 다큐 영화 넘어 공간예술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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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공간/이승민 지음/갈무리/1만7000원>

<영화와 공간/이승민 지음/갈무리/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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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이 쓴 '영화와 공간'은 전문 서적이다.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의 공간성 연구(2015년)'를 단행본 형식에 맞춰 수정하고 보완했다. 이 과정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넘어 현대예술과 사회과학으로 사유공간이 확장됐다. 물론 2000년대 이후 나온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보지 않으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영화를 만들거나 비평하는 이들에게만 필요한 책일까. 어떤 목적으로 페이지를 넘기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질 수 있다.

'동시대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의 미학적 실천'이라는 부제를 기대한다면,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를 적어도 열다섯 편 이상 봐야 한다. 문승욱 감독의 '망대(2014년)', 김동령ㆍ박경태 감독의 '거미의 땅(2012년)', 임흥순 감독의 '비념(2012년)', 이수아 감독의 '손의 무게(2017년)', 박경근 감독의 '철의 꿈(2013년)' 등이다. 관련 스틸 컷이 삽입됐으나, 그 수가 많지 않다. 직접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며 공간을 관찰해야 새로운 공간의 특징과 그 함의를 이해할 수 있다.
범위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 영화는 공간예술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공간성이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았기에 대중영화에도 충분히 같은 물음을 던질 수 있다. 특히 서사를 일탈한 파편적이고 독자적인 공간이 그러하다. 이곳들은 영화에서 공간 내부의 이야기를 품은 채 시간을 응축하기도 하고, 사건을 벗어나 새로운 시간성을 기입하기도 한다. 공간을 중심으로 시간을 새롭게 직조한다. 이때 제작, 관람, 상영의 전통적 공간 구분은 와해된다. 영화 안과 밖을 연동해 기존 서사 중심의 몰입형 관람과는 다른 차원으로 관객과 조우한다.

이 공간은 크게 '근대적 잔여'로서의 공간과 '미학적 질료와 매개'로서의 공간으로 나뉜다. 모두 서사를 탈피했고 파편화된 이미지를 강조한다는 특징이 있다. 저자는 "최근 10년간 한국 사회는 후기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극점에 이르러 공간에 대한 인식 전환을 강요 받아왔다. 압축적이고 착취적인 산업화와 근대화로 인해 공간은 점차 비장소화되고 탈역사적인 곳이 되어 가고 있다"고 썼다.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는 이런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잃어버린 감각을 포착해 폐허화되고, 파편화되고, 유령화된 공간으로 표현한다. 이런 특징은 특히 2000년대 후반 등장한 다큐멘터리들에서 잘 나타난다. 대부분 지표적 기호로도 거의 사라진 근대화의 잔여를 형상화한 공간에 주목한다. 재개발의 공간, 은폐된 역사의 공간, 기념비적 공간으로서 말이다.

이는 지역, 장소, 풍경, 나아가 정물 개념까지 포괄한다. 의미가 다를 수는 있으나 모두 대중영화에서 비슷한 개념으로 차용하는 것들이다. 지역은 지리적이며 물리적인 요소로 구성된 지표상의 영역이다. 영화에서 주로 자연환경이나 조건을 토대로 사람들의 사회적ㆍ문화적 관계가 형성되면서 구체적인 일상이 엮이는 외연의 영역으로 자리한다. 장소는 삶의 현장이자 터전이면서 인간의 삶의 체험과 기억을 간직하고 실천하는 곳이다. 영화에서 거주, 정주, 고향 등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와 연관된다. 풍경은 감상의 대상이 되는 자연이나 경치다. 이 개념에는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인식 태도와 방법이 포함된다. 이 점에서 장소는 인간의 심상과 연동된 내면의 시선, 풍경은 외부의 타자적인 시선에 의해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푸 투안은 '공간과 장소'에서 공간에 대해 "물리적으로 개념화된 사회 구조와 인간의 창조적인 실천 사이에서 끊임없이 투쟁하며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대상"이라고 정의했다. 공간만 유심히 관찰해도 재현 매체인 영화의 내적 논리와 속성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공간은 수행적이지도 능동적이지도 않다. 그 자체에 대한 주목은 영화와 관객을 접속하는 텅 빈 표피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기에 시선과 기억, 수행성을 가미해 역사적 상상력을 구축한다면 영화 속 공간과 새로운 대화를 시도할 수 있다. 공간이 현재를 새롭게 혹은 제대로 대면하도록 하는 영매이자 미래를 구상하는 또 다른 지속의 매체이기 때문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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