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가장 큰 일을 꼽으라면 당연히 '장미 대선'을 통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경제 쪽으로 눈을 돌리면 우리나라의 무역액이 3년 만에 다시 1조 달러를 달성한 일이 아닐까 한다. 오는 12월 초로 예상되는 무역 1조 달러 재진입은 무역업계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 사람으로서 그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세계시민의 시대' 출발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 제품의 생산과 진취적인 수출 노력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끊임없는 연구ㆍ개발(R&D)을 바탕으로 고용창출력이 큰 부품소재산업과 3차산업을 성장시켜 제조-서비스의 선순환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도와가며 수출중소기업의 여력을 키울 수 있도록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강력한 수출능력을 확보하고 무역수지 흑자를 쌓는 데만 열중한다면 결코 '세계시민'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불어난 국부(國富)를 창의력과 다양성 수용 능력 그리고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고유의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를 타국의 요소들과 융합해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키는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를 정립하는 데 활용할 때 '세계시민'으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세계시민'의 지위는 세계무역의 불균형 완화에 기여하면서 국제사회가 공히 주목하는 문제의 해결에 힘을 보태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57년 전인 1960년 10월, 미국의 국제관계 평론지 '포린 어페어'는 "수출은 200만 달러, 수입은 2억 달러, 한국에 경제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주장을 실었다. 비슷한 시점에서 발간된 세계은행 보고서는 "한국보다는 미얀마와 필리핀이 훨씬 희망적"이라고 지적했다. 전쟁으로 국토가 두 동강 난 나라, 천연자원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이 땅에서 희망의 싹을 찾기는 어려웠을 법도 하다. 하지만 세계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무역강국으로 우뚝 선 지금, 글로벌 스탠더드를 바탕으로 '세계시민'을 지향할 때 무역은 우리 사회, 나아가 국제사회의 행복에 좀 더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오영호 전 코트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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