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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 전쟁 시대]②동북아는 지금 '간첩과의 전쟁'

최종수정 2017.10.27 11:00 기사입력 2017.10.27 10:13

중국 국가안전부(MSS)의 스파이 인해전술에 일본·북한·대만 전면대응 나서

냉전은 종식됐으나 동북아의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암약하는 각국의 첩보기관 활동은 여전히 활발하고 기민하다. 아베 총리가 중의원 총선서 압승을 거두고 본격적인 일본 내 정보기관 창설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먼저 인해전술로 각국의 정보를 방대하게 흡수하고 있는 중국 국가안전부(MSS)의 활동이 주목되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연립여당이 일본 중의원 총선에서 압승을 거둠에 따라 중국과 일본의 강력한 리더십에 기반한 ‘힘의 경쟁’과 동북아 정보전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숙원사업 ‘독자적 정보기관’

일본 시사잡지 슈칸다이슈(周刊大衆)는 지난 4월 일본 내 암약 중인 중국 스파이 수가 5만 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들이 회사원, 유학생, 예술인, 음식점 종사자 등 다양한 직업으로 신분을 위장해 공작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일본 군사정보 유출을 위해 자위대원과 중국 여성의 결혼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실제 일본의 육·해·공 자위대원 중 외국인과 결혼한 인원은 800명가량인데, 이 중 70% 이상이 중국인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져 해당 의혹에 신빙성을 더했다.

아베 총리는 앞서 2006년 1차 아베 내각 출범 당시 정보기관의 정비와 개혁을 제기한 이래 줄기차게 대외정보 및 인적정보 수집을 위한 전문기관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일 미국대사관의 비밀전문에 따르면 일본정부는 2008년 9월 중국과 북한 관련 전문 정보 수집 조직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로 창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은 현재 공식적인 정보기관으로 내각 정보조사실을 두고 있고 그 인원은 200여명 규모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운용 중인 첩보위성만 4대에 경찰과 외무성 조직은 물론 방위청의 ‘감청정보부대’를 통해 중국과 북한 내의 교신을 실시간으로 입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 내 이른바 '중국 개(간첩) 잡기' 운동은 혈맹을 강조하면서도 오월동주하는 양국간 관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대만 군인에 접근하는 중국 간첩

린중빈(林中斌) 전 대만 국방부부부장(차관)은 “(대만에) 최소 5000명에서 수 만 명의 중국 간첩이 암약 중”이라고 미국 군사전문지 디펜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한 바 있다.

이 매체는 중국 정보기관이 여성 요원을 대만 최대 해군기지 쭤잉(左營) 등 군사거점지역 유흥가를 기반으로 현역 군인을 상대로 성매매까지 하면서 접근, 군사 기밀정보를 수집하는 등 중국 스파이들이 대만 사회 내부에 깊숙이 침투한 상태라고 소개했다.


북한 내 중국 개(간첩) 색출 작업

북한은 공식 석상에서 중국과의 혈맹을 줄곧 내세우지만, 내부적으로는 중국 정보기관의 대북 첩보활동을 경계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차원의 대대적인 ‘중국 개(간첩) 잡기’ 운동을 통해 간첩색출에 나서기 도 했다.

중국 정보기관은 통상 무역업자, 밀수업자, 군인 등 중국과 접경지대 인근에서 접촉이 잦은 이들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정보원을 확보해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장성택 숙청 이후 다시 한 번 북한 내 ‘중국 개 잡기’ 운동이 전개됐는데, 사실상 북-중 라인을 장악하며 무역과 외교 등 각종 실무를 담당하던 장성택과 그 측근이 제거 대상이 됐다. 정적 제거 수단으로 간첩 프레임을 활용함과 동시에 깊이 뿌리내린 북한 내 중국 간첩들을 적발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김정은 집권 후엔 정찰총국의 역할이 강화되며 본격적인 간첩양성이 이곳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산하에 작전국(제1국, 간첩 침투 및 양성), 정찰국(제2국, 테러 전문), 해외정보국(제3국, 과거 35호실) 등 총 6개의 부서가 있고, 대한민국·중국·동남아를 거점 삼아 간첩을 양성하고 있다. 지난 2월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김정남 암살 역시 정찰총국의 소행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북한 역시 정찰총국 주도로 암살전문 미인계 요원 조직 ‘모란꽃소대’를 운영하며 정보수집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모란봉악단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미인계는 고전적이지만 가장 확실한 전술

중국 정보기관의 미인계는 영화 ‘색,계’로 대변되듯 위험하지만 가장 확실한 전술로 통용되고 있다. 지난 2016년 네덜란드 정부는 월 론 켈러 베이징 주재 대사를 직무 정지 시켰는데, 그 배경에는 그가 대사관의 중국 여직원과 내연관계를 맺으며 정보를 유출한 정황 포착이 있었다.

2013년 갑작스럽게 사임한 게리 로크 주중 미국 대사는 중국 정보기관의 미인계로 인해 사임 후 이혼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내는 NBC 방송기자 모나 리이며, 중국 국부로 추앙받는 쑨원의 증손녀라 이들 부부의 이혼과 그의 갑작스러운 사임 배경에 있는 여인의 존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북한 역시 정찰총국 주도로 암살전문 미인계 요원 조직 ‘모란꽃소대’를 창설, 대한민국과 중국은 물론 유럽 각 지역에 파견해 주요 인사를 유혹하는 전문 훈련을 통해 공작원 양성에 나서고 있다. 출신 성분과 예능 기질, 외국어 능력과 격술을 익힌 이들은 전원 김정일 군사정치군사대학을 나온 재원들이다.

전 CIA 요원 마이클 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은) 외국 군부 또는 정부나 정보기관 요인에게 종업원, 파출부 등으로 접근해 정보수집 가치를 확인하면 내연관계로 발전시키도록 훈련받는다”고 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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