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강우량이 적은 분지 베이징에 장대비가 내리자 "차이치가 날씨 관제(管制)에는 실패했다"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혼쭐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당대회가 열리기 몇 주 전부터 사람의 손길이 닿는 곳이면 무엇이든 어디든 막론하고 통제와 감시에 시달렸던 터라 찜찜한 마음속에 조롱 섞인 말이었다.
정치는 생물이라지만 중국 공산당의 정치는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권력 암투의 장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의 정치를 '왕좌의 게임'으로 보지 말라고 했지만 현장에서의 관전평은 실사판 그 이상이다.
이번 게임의 승패는 어떨까. 결과적으로 시 주석이 차기 후계자를 거론하지 않은 것을 두고 베이징 정가에서는 계파 간 권력 투쟁에서 시 주석이 한 발 앞섰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덩샤오핑 시절부터 지켜 온 공산당 내 불문율 중 하나인 격대지정(隔代指定) 전통을 깨뜨리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시 주석은 후계자 없이 가는 '마이 웨이'를 택했다. 모종의 타협을 근거로 한 시 주석의 자신감이 뒷배경일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차차기 지도자를 미리 지정하는 격대지정의 원칙은 25년의 역사를 뒤로 하게 됐다.
시 주석은 하나의 원칙을 깨고 하나의 원칙을 지켰는데 공교롭게 이 두 가지 원칙은 시 주석이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이후 장기 집권을 꾀하는 데 상충한다. 후계 구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5년 뒤면 시 주석도 '7상8하'에 걸려 총서기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중국판 개헌을 통해 3연임을 시도하든, 새로운 후계자를 내세우든, 집권 2기 임기 5년 동안 해결해야만 한다는 얘기다. 이번 당대회만으로는 시 주석이 진정 장기 집권으로 가는 포문을 연 것인지, '리틀 후진타오'로 불리는 후춘화 광둥성 당서기를 후계자로 지목하기 꺼려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인지 의도를 명확히 알 수는 없다.
시 주석이 표면적으로나마 마오쩌둥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이 변수라면 변수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생전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넣은 지도 사상을 헌법 격인 당장(黨章·당헌)에 삽입한 것은 마오쩌둥 이후 시 주석이 처음이니 반열에 올랐다고 할 법도 하다. 25일 19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9기 1중전회)를 마치고 신임 상무위원단과 함께 내외신 기자회견장에 입장한 시 주석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그러나 대중이 공감하기 어려운 비합리적인 권력 집중을 우려하는 안팎의 시선을 시 주석은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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