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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중국 공산당 당대회 관전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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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현지시간) 중국 '정치 1번지'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 5년에 한 번 열리는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온 언론인이 장사진을 쳤다.

평소 강우량이 적은 분지 베이징에 장대비가 내리자 "차이치가 날씨 관제(管制)에는 실패했다"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혼쭐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당대회가 열리기 몇 주 전부터 사람의 손길이 닿는 곳이면 무엇이든 어디든 막론하고 통제와 감시에 시달렸던 터라 찜찜한 마음속에 조롱 섞인 말이었다.
여기서 등장한 차이치는 베이징시 당서기로 시 주석의 최측근이자 옛 부하 인맥인 시자쥔(習家軍)의 대표 주자다. 평당원에 불과했던 차이치는 이번 19차 당대회에서 중앙위원 입성과 동시에 정치국원으로 '벼락 승진'해 시 주석의 친위대임을 증명했다.

정치는 생물이라지만 중국 공산당의 정치는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권력 암투의 장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의 정치를 '왕좌의 게임'으로 보지 말라고 했지만 현장에서의 관전평은 실사판 그 이상이다.

이번 게임의 승패는 어떨까. 결과적으로 시 주석이 차기 후계자를 거론하지 않은 것을 두고 베이징 정가에서는 계파 간 권력 투쟁에서 시 주석이 한 발 앞섰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덩샤오핑 시절부터 지켜 온 공산당 내 불문율 중 하나인 격대지정(隔代指定) 전통을 깨뜨리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시 주석은 후계자 없이 가는 '마이 웨이'를 택했다. 모종의 타협을 근거로 한 시 주석의 자신감이 뒷배경일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차차기 지도자를 미리 지정하는 격대지정의 원칙은 25년의 역사를 뒤로 하게 됐다.
시 주석은 그러나 당대회 시점에 '만 67세는 유임하고 68세 이상은 은퇴한다'는 공산당의 또 다른 불문율 '7상8하(七上八下)' 전통은 지켰다. 시 주석의 복심인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이 원칙을 깨고 유임한다는 설이 나돌았지만 당대회 폐막일(24일) 선출한 중앙위원 명단에 왕 서기 이름이 빠지면서 퇴임을 확정했다. 시 주석은 끝까지 왕 서기를 잡아두려고 했으나 다른 계파의 반발이 거셌고 왕 서기 스스로도 시 주석의 권력 영속성을 위해 퇴진 의사를 거듭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실체는 알 길이 없다.

시 주석은 하나의 원칙을 깨고 하나의 원칙을 지켰는데 공교롭게 이 두 가지 원칙은 시 주석이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이후 장기 집권을 꾀하는 데 상충한다. 후계 구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5년 뒤면 시 주석도 '7상8하'에 걸려 총서기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중국판 개헌을 통해 3연임을 시도하든, 새로운 후계자를 내세우든, 집권 2기 임기 5년 동안 해결해야만 한다는 얘기다. 이번 당대회만으로는 시 주석이 진정 장기 집권으로 가는 포문을 연 것인지, '리틀 후진타오'로 불리는 후춘화 광둥성 당서기를 후계자로 지목하기 꺼려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인지 의도를 명확히 알 수는 없다.

시 주석이 표면적으로나마 마오쩌둥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이 변수라면 변수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생전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넣은 지도 사상을 헌법 격인 당장(黨章·당헌)에 삽입한 것은 마오쩌둥 이후 시 주석이 처음이니 반열에 올랐다고 할 법도 하다. 25일 19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9기 1중전회)를 마치고 신임 상무위원단과 함께 내외신 기자회견장에 입장한 시 주석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그러나 대중이 공감하기 어려운 비합리적인 권력 집중을 우려하는 안팎의 시선을 시 주석은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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