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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 이야기]부가가치세 도입 40주년을 맞이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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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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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세제사에 큰 획을 그은 부가가치세가 올해로 40회 생일을 맞이했다. 부가가치세는 엔지니어 출신 Maurice Laure가 창안해 1954년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로 입법화된 세목이다. 1968년 유럽경제공동체(EEC) 가맹국 세제의 조화를 목적으로 하는 로마조약이 체결되면서 유럽 각국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1980년 이전에는 유럽국가 위주로 27개국이 부가가치세를 도입했으나 2017년 현재 160여개 관할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으니 상전벽해다.

부가가치세가 단기간 내 전세계 주요 세목으로 자리잡게 된 이유는 세금계산서 수수를 통한 사업자간 상호감시가 세수창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은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하는 전단계세액공제법에 따라 산정된다. 매입세액은 세금계산서에 의해 증명되므로 사업자는 매입세액 공제를 위해 거래 상대방에게 세금계산서 교부를 요구한다. 그 과정에서 사업자의 매출이 순차로 노출돼 부가가치세 뿐 아니라 소득세나 법인세 탈루도 방지돼 국가의 세수확보로 이어진다.
우리정부는 1960년대 후반 부족한 재정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다수의 간접세를 도입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에 1970년대 초반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의 조세전문가 James Duignan과 Alan Tait의 자문을 받아 부가가치세 도입을 적극 추진했다. 그 결과 1976년 11월17일 영업세, 물품세 등 8개의 간접세를 하나로 묶고 부가가치세를 도입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1977년 7월1일부터 시행됐다. 비유럽국가인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 도입은 당시로서 획기적인 것이었다. 부가가치세 세수는 1978년 8000억원이었으나 2016년에는 61조원이 징수됐고, 총 국세수입에서도 26.5%를 차지하고 있다. 부가가치세 도입시 찬반양론이 거셌으나 성공적 정착을 넘어 세수견인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실로 선견지명 있는 조치였다.

부가가치세에서는 세금계산서가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세금계산서 수수질서를 담보하기 위해 도입 초기부터 세금계산서 발급 의무를 위반한 납세자에 대해 매입세액 불공제 및 가산세 부과의 경제적 불이익과 함께 형사처벌까지 지웠다. 매입세액 불공제는 매출세액 전부를 고스란히 공급자가 부담하게 하는 징벌적 성격을 가진다. 10~40%의 무신고ㆍ과소신고가산세, 연 10.95%의 미납부가산세, 공급가액 2%의 세금계산서 불성실가산세 등 10여개 가산세 항목의 부담도 과중하다.

특히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위반은 그 자체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세금계산서 미수수나 가공세금계산서의 수수는 1년이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부가가치세액 2배나 3배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나아가, 세금계산서의 공급가액이 30억원이나 50억원 이상이면 1년이나 3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부가가치세액 2배나 5배 이하의 벌금도 병과되는 가중처벌을 받는다.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도 같이 처벌된다. 2014년부터는 국세청이 매년 조세포탈범의명단도 공개하고 있다. 그야말로 가중처벌이 아닐 수 없다. 실무적으로 사법상 진성거래에서 수수된 세금계산서도 세법상 견해를 달리해 가공세금계산서로 보고 부가가치세를 추징하고 형사처벌하는 경우도 있다.
초창기 세금계산서 발급 의무 위반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 필요성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거래 정보가 효과적으로 파악되고 있는 오늘날에도 당초의 무거운제재와 실무관행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전자세금계산서 제도도 도입됐고 신용카드 소득공제, 현금영수증 제도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잠재세수 대비 실적치 비율인 부가가치세 세수율이 70%로 경제개발기구(OECD) 평균치 55%를 상회한다. 영국은 미신고 가산세에 대해 첫 1년은 면제하고 2%, 5%, 10%, 15%로 5년간만 매년 순차 증액하며, 독일은 10%나 최대 2만5000유로라는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영국, 독일, 호주는 부가가치세 위반 행위 대부분에 대해 행정상의 과태료 처분만 하고, 중대한 조세탈루의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한다. 세금계산서 발급의무에 대한 규제 근간은 유지하되 그 효익에 비해 납세자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법령과 실무는 없는지 뒤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불혹의 나이에 걸맞은 부가가치세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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