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대책에도…수도권 아파트값 상승폭 더 커져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 1.57%→1.98%… 강남 재건축 여파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정부가 8·2 부동산 대책과 9·5 추가 대책을 통해 서울 아파트값 잡기에 나섰지만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8·2 대책 발표 직후 하락세로 돌아섰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6주 만에 회복됐고 일부 단지는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에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부동산 규제 대책이 발표된 올해 3분기 서울 및 수도권의 아파트값 상승세는 직전 분기보다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일종의 '호가'로 시장의 기대심리를 반영하는 부동산114 조사 결과를 보면 3분기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폭은 2분기보다 높았다. 올해 3분기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1.98%로 전분기(1.57%)보다 0.41%포인트 오름폭이 커졌다. 특히 정부 규제의 집중 포화를 받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 2분기(2.69%)보다 0.24%포인트 높은 2.93%를 기록했다.

상승세를 이끈 힘은 역시 강남 재건축 아파트였다. 재건축 아파트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다 8·2 대책 직후인 11일 조사 때 0.25% 하락했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민간 분양가상한제 적용 추진 등 규제 직격탄을 맞은 강남권시장부터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그러다 지난달부터 강남권 개별 재건축 단지의 호재가 하나둘 나오면서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최고 '50층 재건축' 허용을 비롯해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관리처분인가 신청,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시공사 선정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재건축 아파트값은 가격 하락 6주 만인 지난달 15일 조사 때 0.11% 오르며 상승세로 전환했다.

앞선 2분기 6·19 대책으로 아파트값 상승률 둔화세가 2주 정도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효과가 길었지만 강남권 개별 단지의 호조세가 끌어올린 집값을 계속 잡아두진 못했다.

가계부채종합대책 등 후속 대책 발표가 지연된 영향 역시 올해 3분기 집값을 띄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당초 8월 말 가계부채대책을 내놓기로 했지만 추석 이후로 발표 시기를 조정하는 등 몇 차례 발표를 연기했다.

이와 함께 한국은행이 최근 들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부동산시장을 압박하고 있지만 여전히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도 집값 상승세를 부추겼다.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마땅한 대체 투자수단이 없다 보니 부동산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곤두박질쳤던 글로벌 부동산 가격이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에 힘입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한은 해외경제포커스에 게재된 '글로벌 주택시장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23개국 중 21개국에서 집값이 상승했다.

시장과 정부의 힘겨루기는 이번 주부터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24일 예정된 가계부채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숨고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값은 추석 연휴 이후 2주 만에 진행된 지난 20일 조사에서 0.23% 올라 13일 조사 때(0.36%)보다 0.13%포인트 오름폭이 줄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8·2대책으로 강남권 주택시장 과열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지방 주택시장의 시가가 하락하는 등 정책 의도대로 시장이 흘러가진 않았다"며 "수요자들이 가계부채대책에 포함될 신(新)DTI(총부채상환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대한 경험이 없다보니 일단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