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며칠 전 문 대통령은 4차산업혁명위원회출범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4차산업혁명이 우리의 미래"라고 역설했다. 교수들은 지난 대선에서 모두 '문재인'을 찍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발언이 마뜩잖았나보다. 누군가 툭 내뱉었다.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
'총, 균, 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주장도 흥미롭다. "인류 역사에서 최악의 실수는 농경이다." 수렵과 채집을 하던 원시 사회가 농경 사회로 '진보했다'는 일반적인 시각에 대해 그는 반기를 들었다.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 바람에 영양 상태는 오히려 나빠졌다. "수렵-채집인들의 평균 신장은 남자는 173cm, 여자는 163cm였지만 농업을 시작하면서 (기원전 3000 B.C) 남자는 158cm, 여자는 150cm로 줄어들었다." 불평등도 생겼다. "농업의 도래와 더불어 엘리트들은 더 잘 살게 됐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욱 궁핍해졌다."
토머스 모어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시각은 이 지점에서 겹친다. '문명의 발전'이 항상 '정의의 편'은 아니라는 불편한 진실. 4차산업혁명을 바라보는 까칠한 시선은 그 때문이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자율주행차라는 화려한 용어를 걷어내면 '인류가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공포가 엄습한다.
이정일 산업부장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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