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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성폭력 피해자②]피해 상담 요청 늘어나는데 구제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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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강간 등 성범죄 해마다 증가
강간 첫 피해 10명 중 6명 '미성년자'
열악한 환경에 성폭력 상담소 되레 감소
상담인력 '최저임금'도 못 받아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이관주 기자]최근 발생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용인 에이즈 여중생 성매매 등 대형 성범죄는 물론이고 직장 내 성추행 등이 끊이지 않으며 관련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및 구제 시스템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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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성범죄 발생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강제추행 범행은 2014년 1만4611건, 2015년 1만5069건에서 지난해에는 1만6054건으로 매년 1000여건씩 늘었다. 죄질이 나쁜 강간 및 유사강간도 같은 기간 5453건, 5669건, 5738건으로 조금씩 증가했다. 이를 반영하듯 민간에서 운영 중인 성폭력 상담소를 통한 상담 건수 또한 2007년 2만5443건에서 지난해 10만1028건으로 급증했다.

여성가족부의 ‘2016년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성범죄 피해 양상은 더욱 충격적이다. 강간 사건의 첫 피해연령은 미성년자인 19세 미만이 63.1%로 가장 많았다. 이어 19~35세가 28.6%를 차지했다. 가해자는 ‘아는사람’이 77%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발생장소는 집(36.6%), 대중교통시설(18.8%), 상업지역(17.6%) 등 순으로 집계됐다.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에서 아는 사람에게 성범죄를 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젊은 여성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피해자들을 지원할 시스템은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이다. 피해신고 접수는 물론 피해자 질병치료, 수사기관 조사 지원, 법원 동행 등 다양한 지원을 펼치는 ‘성폭력 상담소’는 2007년 202개소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162개소로 10년 새 20% 가까이 사라졌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들의 몫이다. 권현정 탁틴내일 아동청소년 성폭력상담소장은 "예방교육으로 성폭력 인식 수준이 높아져 신고율은 높아졌지만 상담소에 일이 몰리다보니 물리적 한계 때문에 처리가 늦어질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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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피해자를 발굴해야 할 현장의 상담원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 상담소의 경우 정부 예산은 1년에 약 7300만원이다. 이 중 20%를 운영비로 쓰고 나머지를 인건비로 써야 한다. 단순 계산해보면 5000여만원으로 소장 1명, 상담원 2명의 월급을 책정해야 한다. 1인당 160여만원의 월급이 돌아가는 셈인데 호봉을 따지지 않았을 때의 얘기다. 밀려드는 상담과 업무 처리로 밥 먹듯이 하는 게 야근이지만 수당은 없다. 경기도 한 성폭력센터 관계자는 "정부는 상담원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과 거기에 맞는 매뉴얼, 시스템까지 갖추라고 요구하면서도 처우는 바뀌지 않는다"며 "열정으로만 일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미성년자의 출산 등 범행이 의심되는 경우조차 경찰의 적극적 개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도 한계로 꼽힌다. 2013년부터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폐지되면서 피해자의 의사 여부와 관계없이 경찰 수사와 처벌은 가능해졌으나, 신고가 없다면 범죄사실 인지가 어려운 탓이다. 한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성범죄의 경우 당사자의 신고 없이는 수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정황만으로 범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만큼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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