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생명=‘자연’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우리는 보통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빛이나 나무로 둘러싸여 있는 빽빽한 숲, 아니면 활짝 펴 있는 꽃이나 아침마다 쉴 새 없이 지저귀는 새, 열심히 먹이를 나르는 개미 등을 상상한다. 그래서 콘코리트 아파트에 갇혀 사는 도시민들 대부분은 이런 자연의 세계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미국의 그림책 작가인 미샤 메이너릭 블레즈는 사람들의 이러한 고정관념에 반기를 든다. 그녀에게 자연은 큰마음을 먹고 캠핑을 떠나 ‘저 머나먼 어느 곳’을 찾아가야만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나 동식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매일 매 순간, 어느 곳에서든, 이를테면 출근길 꽉 막힌 도로 위의 차 안에 앉아 있거나 답답한 지하철 안에 서 있을 때라도, 인간은 자연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과 깊이 연결된 존재로 살아간다고 말한다. 미샤는 이러한 사실을 자신의 일러스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일깨워 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 『경이로운 생명』을 굉장히 과학적이고, 심오하며, 영감을 주는 깊이 넘치는 책으로 만들었다. 일례로 작가는 한 의자에 떨어진 채 앉아 있는 두 남녀의 얼굴을 예쁘고 아름다운 눈, 코, 입이 아니라 흙속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 효모, 바이러스 등의 1만 개가 넘는 ‘미생물 구름’이 서로 연결되도록 표현하였다. 이 책은 우리가 자연과 어떻게 연결되어 살아가는지에 대해 깊은 사색을 하게 만들며, 생명 존중에 관한 애정 넘치는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다. 그래서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는 이 책에 대해 “인간이 전 우주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달콤한 감동을 상기시켜 줘 모두가 좋아할 만한 사랑스런 그림책”이라고 극찬하였다. (미샤 메이너릭 블레즈 지음/한소영 옮김/아라크네/1만5000원)
◆이야기 길=이따금 아이들이 지어내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엉뚱하고 뜬금없게 느껴진다. 앞뒤가 맞지 않는가 하면, 말도 안 되는 내용이 전개된다. 하지만 정작 이야기를 지어내는 아이들은 깔깔대며 즐거워한다. 또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자신이 그 이야기의 작가이면서, 때로는 주인공이 되기도 하니까.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동안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한다. 주인공, 배경, 등장인물……. 이렇게 수많은 선택지와 갈림길에서 저마다 무언가를 선택해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늘 상상 가득한 이야기를 지어내는 아이들이 직접 그림책의 작가가 되어 본다면 어떨까? 이 책은 그런 모험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멋진 성에 사는 공주, 뱀파이어 고양이, 목욕을 좋아하는 문어, 우주인 원숭이, 정글에 사는 치타. 이렇게 다섯 가지 선택지에서 마음에 드는 주인공을 선택하고, 무엇을 타고 어디에 갈지, 그곳에서 누구를 만날지,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페이지마다 이 모든 것을 아이들 스스로 선택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책이다. 각 페이지에서 무엇을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아이들은 3억 개가 넘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옛날 옛적에 아무개가 살았어요.”로 시작해 “그 뒤로 아무개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본문 이야기의 큰 줄기는 너무나도 익숙한 스토리여서 자칫 단순하게 느껴질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개’를 선택하는 순간, 익숙한 이야기는 사라지고 상상 가득한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 낼 수 있다. 아이들 스스로 수많은 작은 선택들을 경험하게 하고, 그 선택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로 탄생하는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줄, 세상에 단 하나뿐 ‘나만의 이야기책’. (마달레나 마토소 지음/김수연 옮김/길벗어린이/1만2000원)
◆난 신기하고 이상한 것이 참 좋아=흔히 과학이라고 하면 과학자 같은 특별한 사람들이 실험실에 틀어박혀서 진지한 표정으로 만들어 내는 실험이나 연구를 떠올린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매일 과학을 만나고 있다다. 해가 뜨고 지는 것, 먹고, 놀고, 자는 모든 순간, 우리가 보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것에 과학이 숨어 있다. 이 책은 무심코 지나쳤던 주변의 모든 것들을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살피며 그 속에 꼭꼭 숨겨진 과학 원리를 찾아보는 과학 그림책이다. 과학 정보를 딱딱하게 설명하는 대신, 마치 한 편의 동시처럼 운율감 있게 펼쳐낸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과학을 만나게 한다. 주인공을 따라 비눗방울을 불어 빨강, 파랑 무지개가 생기는 걸 발견하고, 비 오는 날 떨어지는 물방울로 멋진 연주를 해 보는 등 일상생활 속에 숨겨진 과학을 놀이처럼 신나게 즐긴다. 작은 것들에도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으로 밤낮의 변화, 계절의 변화, 날씨의 변화와 같은 자연현상부터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실험을 놀이하듯 보여 준. 이를 통해 과학이 우리와 가까이에 있고, 우리를 둘러싼 주변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알려 준다. (나카가와 히로타카 지음/고향옥 옮김/길벗어린이/1만2000원)
◆땅속 세상 물속 세상=우리가 딛고 있는 땅바닥에서 시작해서 지구 중심의 시뻘건 핵까지, 물 위에서부터 무시무시한 심해 바닥까지 한 층 한 층 내려가면서 땅속 깊은 곳과 물 속 깊은 곳, 그 놀라운 세계로 안내하는 놀랍고 신비로운 과학 책이다. 커다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 속에 사는 식물, 동물들, 또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자연 현상, 과학적 현상과 과학이 이룬 성과들이 멋지고 화려한 그림과 함께 다이내믹하게 펼쳐지며 단박에 두 눈을 사로잡는다. 이 책 한 권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자연 현상들의 과학적 원리와 그 안에 깃든 생명의 신비로움 등을 배울 수 있다. 또한 거대한 자연 앞에서 때로는 그것에 순응하고, 때로는 자연을 극복하고 이용하는 인간의 무한한 탐구 정신과 도전 정신을 만나 볼 수 있다. (알렉산드라 미지엘린스카, 다니엘 미지엘린스키 지음/김명남 옮김/길벗어린이/2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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