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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시를 쓰고 싶은데 신이 첫 구절을 주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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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필 관악구청장 18일 자신의 블로그 '유종필의 관악소리' 14번째 글 '아무도 못 말리는 시 사랑'에서 시를 통해 영혼의 정화할 것을 바라는 글 적어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나도 시 쓰기를 갈망하고 있는데 신이 첫 구절을 내려주지 않네요”

유종필 관악구청장이 18일 자신의 블로그 ‘유종필의 관악소리’14번째 글 ‘아무도 못 말리는 시 사랑’에서 시인이 되고 싶은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시의 첫 구절은 신이 내려준다’는 폴 발레리 글을 인용한 것이다.

유 구청장은 “시는 최고 수준의 영감과 상상력, 각성과 계시 결과라는 뜻이리라. 시는 인간 정신 활동의 최고점에서 탄생한다”고 규정했다.

한 시인이 자신에게 “산문만 쓰지 말고 시를 한 번 써보라”고 권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나도 시 쓰기를 갈망하고 있어요. 그런데 신이 첫 구절을 내려주지 않네요”고 말했다.
그는 “나는 시를 좋아하고 시 쓰기를 갈망하는 만큼 시인을 선망한다. 이런 선망을 담아서 관악 주민들에게 시를 늘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자는 생각을 했다”며 관악구청장 취임 이후 주민들에게 시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여러 사업을 펼친 것을 소개했다.
시가 흐르는 유리벽

시가 흐르는 유리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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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먼저 만든 것이 구청 청사 현관에 설치한 ‘시가 흐르는 유리벽’. 새로운 시구가 내걸릴 때마다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 뿌듯하다. 구청 청사의 시구는 어느덧 관악을 대표하는 풍경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자랑했다.

이어 관악산 매표소를 리모델링, 만든 ‘관악산 시 도서관’. 학창 시절 시내에서 만날 일이 있으면 서점을 약속 장소로 했던 데 착안, 관악산 입구에 시 도서관을 설치했다. 등산 동행자를 기다릴 때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지 말고 시 한 수라도 읽으라는 뜻에서 만들었단다.

최초의 시 전문 도서관인 이 곳에는 국내외 시집 4000여 권이 있다. 도종환 시인이 초대 명예관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최영미 시인이 맡고 있다. 이들을 비롯 이해인 시인 등 유명 시인들의 친필사인이 들어간 기증 시집들이 시 애호가들을 기다린다. 가족 친지들에게 시가 들어간 손 편지를 써서 무료로 부칠 수 있는 엽서와 우체통이 마련돼 있으며, 스스로 고른 시를 등산객들을 향해 마이크를 통해 낭송해줄 수도 있다. 서울 시민이면 누구나 산에 오를 때 시집을 대출하여 읽고 하산 때 반납하면 된다.

유 구청장은 “시의 효용은 인간 영혼의 정화”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시와 음악이 흐르는 화장실’을 세 개 조성했다. 잠깐 시간을 활용, 시를 읽으면 몸도 가벼워지고 정신도 맑아진다.
관악산 시 도서관

관악산 시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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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을 틀고 칸마다 시집을 비치했다. 아뿔싸! 다음 날 아침에 보니 시집이 한 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첫 날이라 그런가 하고 또 가져다 놓았다. 결과는 마찬가지. 시집을 강철 줄에 매달아 묶어놓았더니 이제는 낱장을 찢어가는 게 아닌가?

이 대목에서 감탄했단다 “얼마나 시를 사랑하면 이럴까? 관악구민의 시 사랑은 아무도 못 말려!”

신림역과 신대방역 부근에 이어 민방위교육장 화장실도 여기저기 시를 붙이고 시집을 비치했더니 화장실의 때깔이 확~ 달라졌다. 시는 삭막한 세상을 넉넉한 가슴으로 안아주고 지친 도시인들을 위로하는 감성의 오아시스. 화장실이 오아시스가 되면 좋겠다.

이와 함께 ‘용꿈 꾸는 작은도서관’에서 시 창작 교실을 열었더니 많은 아마추어 시인들이 참여했다. 자신들이 직접 지은 시를 낭송하는 모습을 보니 행복감이 넘치는 표정들이었다고 소개했다.

존 F.케네디 미국 대통령 일화도 소개했다.

존 F. 케네디는 시인들과 늘 어울리고 취임식에서도 시를 낭송하도록 했다. 평소 연설할 때도 늘 시를 인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어떤 자리에서 문인들에게 상석을 권유하는데 그들이 사양하자 “정치는 순간적이고 문학은 영원한 것인데, 어찌 순간적인 것이 영원한 것보다 윗자리에 앉겠습니까?”라고 말할 정도로 문학에 대한 외경심을 가진 인물이라고 전했다.
음악이 흐르는 화장실

음악이 흐르는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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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어록집 첫 페이지에 나오는 말. "권력이 사람을 오만으로 이끌어갈 때 시는 그 사람에게 자신의 한계를 일깨워준다."(When power leads man toward arrogance, poetry reminds him of his limitations.)

시를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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