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와 전자기파 신호 동시 관측 연구하는 '다중신호 천문학' 탄생 알려
▲KMTNet 남아프리카 관측소가 포착한 GW170817. 중력파 발생 후 25시간 만에 촬영됐다. 하얀 선으로 표시한 희미한 것이 GW170817이다.[사진제공=천문연]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이론이 현실화 됐습니다. 중성자별이 충돌했을 때 중력파가 나올 것이고 이때 '킬로노바'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알려졌었습니다. 이를 전 세계 약 3500명의 연구원이 협력해 증명해 냈습니다. 천체에서 오는 중력파와 감마선, X-선, 가시광선 등 전자기파 신호의 동시 관측의 순간이었습니다.
중력파와 전자기파 관측을 동시 수행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중성자별의 충돌로부터 일어나는 물리적 과정을 규명했습니다. 블랙홀 충돌로부터 나오는 중력파 발견(201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에 이어 중성자별의 충돌에 의한 중력파를 라이고(LIGO)와 비르고(Virgo)로 처음으로 검출했습니다.
지난 8월17일 오후 9시 41분(한국시간 기준) 국내 연구팀(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이 포함된 라이고와 비르고 과학 협력단은 최초로 중성자별 충돌에 의한 중력파 발생 현상을 관측했습니다. 이 현상을 'GW170817'로 명명했습니다. 중력파 종료 시각 약 2초 후에는 2초간의 짧은 감마선 폭발 현상이 포착됐습니다. 약 11시간 후에는 은하 NGC 4993(약 1억3000만 광년)에서 GW170817에 대응하는 천체가 가시광선으로 발견되면서 GW170817의 위치가 정확히 결정됐습니다.
임명신 서울대 교수(초기우주천체연구단 단장)가 이끄는 광학 연구팀은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의 KMTNet 망원경과 서울대학교의 이상각 망원경 등을 사용해 중력파 발생시각 약 21시간 후부터 GW170817에 대한 가시광선 추적관측을 시작했습니다. 천문연이 운영하는 KMTNet이 24시간 연속해서 관측한 자료는 GW170817이 킬로노바 현상을 일으켰다는 것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광학 관측을 주도한 임명신 교수는 "중력파와 광학관측의 협동연구를 통해 중력파 신호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 어떤 천체에 기인하는지를 최초로 밝혀낸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KMTNet 관측을 주도한 이충욱 천문연 박사는 "약 3주간 수행된 KMTNet 관측이 중력파 후보 천체의 정체 규명에 기여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천체를 중력파와 전자기파 신호를 동시 관측해 연구하는 '다중신호 천문학'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이형목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장(서울대 교수)은 "천문학의 난제였던 중성자별 충돌 현상을 이번에 단숨에 규명한 것처럼 다중신호 천문학 연구를 통해서 우주론, 중력, 밀집천체 등의 천체물리학 제반 연구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견들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중력파, 감마선, X-선, 가시광선, 적외선, 뉴트리노 입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주를 연구하는 세계 45개국 900여 기관 소속 50여 개 연구 그룹, 총 3500여 명 과학자들의 협동 연구로 이뤄졌습니다. 국내에서는 한국중력파협력연구단 14명, 천문연 KMTNet 운영팀 8명, 서울대 초기우주천체연구단 6명, 성균관대 우주과학연구소 3명 등 총 38명의 국내과학자들이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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