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나에겐 절대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던 너무나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을 때, 그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은 직접 경험하기 전엔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끔찍한 고통이나 치유되기 힘든 상처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현실이 고민과 걱정으로 점철돼 괴로울 때도 다반사다. 여섯 살배기 꼬마가 하기 싫은 유치원 숙제를 억지로 하다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드냐"고 투덜거리는 것도, '아침마당'에 나온 중년 부인이 바람 난 남편과 이혼할 수는 없다며 연신 눈물을 찍어내는 모습도 보는 사람에겐 마냥 귀엽거나 또는 흔한 가십거리에 그칠지 모르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삶 자체가 갈등과 번민으로 가득 찬 고행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줄 뿐이다.
어린 시절 공부만 잘하던 왕따 소년은 그 트라우마 때문에 심리학 교수가 돼서도 우울증과 의존성 성격장애를 앓았고, 고혈압과 심장질환으로 생사가 위험한 순간에 놓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 머물던 중 가족과 함께한 여행에서 큰 교통사고가 나 눈앞에서 아내와 딸을 잃고 본인과 아들도 크게 다치는 비극을 겪었다. 참담하고 끔찍한 시간을 살아내야 했던 그는 당시의 경험과 감정을 독자들에게 담담히 토로하며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어떤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삶의 지혜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생의 고해(苦海)에서 침몰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헤엄치며 최대한 덜 괴로운 삶, 즉 우리가 얘기하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그 핵심이 바로 인생의 괴로움을 저절로 덜어내는 뇌와 마음의 자기치료, 다시 말해 명상이다. 장 교수는 가족이 희생된 불운의 사고 이전부터 이미 명상의 효과에 관심을 갖고 이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 연구 중이었다. 하지만 스스로가 그 첫 사례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긍정적인 생각이 뇌의 구조를 바꾸고, 뇌가 건강하고 행복해지면 괴로움이 번뇌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나서 증명한다.
과거 명상은 지루하고 따분한 것 또는 어떤 종교적 의식처럼 받아들여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미 명상은 심리치료 분야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고 신경과학과 의학, 심리학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장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대 의료원의 존 카밧진 교수가 동양의 명상을 과학적 검증 과정을 거쳐 현대 의료에 도입한 'MBSR(마음챙김 명상에 기반을 둔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의 한국형인 'K-MBSR'도 개발했다.
책에는 독자들이 직접 몇 가지 명상을 익힐 수 있도록 안내문도 실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지금 이 순간, 그가 알려준 명상을 직접 따라 해보고 꾸준히 실천에 옮기는 일이 아닐까?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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