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사고로 가족 잃은 심리학자, 그를 버티게 한 건 '명상'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조인경의 책과의 수다]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 두는 법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나에겐 절대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던 너무나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을 때, 그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은 직접 경험하기 전엔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끔찍한 고통이나 치유되기 힘든 상처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현실이 고민과 걱정으로 점철돼 괴로울 때도 다반사다. 여섯 살배기 꼬마가 하기 싫은 유치원 숙제를 억지로 하다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드냐"고 투덜거리는 것도, '아침마당'에 나온 중년 부인이 바람 난 남편과 이혼할 수는 없다며 연신 눈물을 찍어내는 모습도 보는 사람에겐 마냥 귀엽거나 또는 흔한 가십거리에 그칠지 모르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삶 자체가 갈등과 번민으로 가득 찬 고행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줄 뿐이다.
한국 심리학계를 대표하는 장현갑 교수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책 '심리학자의 인생 실험실'은 혈육을 잃은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극복하고 스스로를 구원해낸 수단이자 힘의 원천이 된 '명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76년 세월 속에서 수많은 응어리진 고통에 맞서 터득한 지혜 그리고 이 순간에도 생의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이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조언이 담겨 있다.

어린 시절 공부만 잘하던 왕따 소년은 그 트라우마 때문에 심리학 교수가 돼서도 우울증과 의존성 성격장애를 앓았고, 고혈압과 심장질환으로 생사가 위험한 순간에 놓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 머물던 중 가족과 함께한 여행에서 큰 교통사고가 나 눈앞에서 아내와 딸을 잃고 본인과 아들도 크게 다치는 비극을 겪었다. 참담하고 끔찍한 시간을 살아내야 했던 그는 당시의 경험과 감정을 독자들에게 담담히 토로하며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어떤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삶의 지혜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생의 고해(苦海)에서 침몰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헤엄치며 최대한 덜 괴로운 삶, 즉 우리가 얘기하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그 핵심이 바로 인생의 괴로움을 저절로 덜어내는 뇌와 마음의 자기치료, 다시 말해 명상이다. 장 교수는 가족이 희생된 불운의 사고 이전부터 이미 명상의 효과에 관심을 갖고 이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 연구 중이었다. 하지만 스스로가 그 첫 사례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긍정적인 생각이 뇌의 구조를 바꾸고, 뇌가 건강하고 행복해지면 괴로움이 번뇌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나서 증명한다.
명상을 위해 장 교수는 우선 흔들리는 마음을 '지금(now)' '이곳(here)'에 붙잡아두고 집중시키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음은 본능적으로 과거로 달려가 불쾌한 기억을 끄집어내거나 미래로 달려가 실재하지도 않는 것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히게 한다. 나아가 행복은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기면 정말로 행복해지는 자기암시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밝고 명랑한 말들을 끊임없이 되뇌다 보면 자신감을 찾는 것은 물론 뇌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 뇌 역시 감동한다고 강조한다.

과거 명상은 지루하고 따분한 것 또는 어떤 종교적 의식처럼 받아들여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미 명상은 심리치료 분야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고 신경과학과 의학, 심리학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장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대 의료원의 존 카밧진 교수가 동양의 명상을 과학적 검증 과정을 거쳐 현대 의료에 도입한 'MBSR(마음챙김 명상에 기반을 둔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의 한국형인 'K-MBSR'도 개발했다.

책에는 독자들이 직접 몇 가지 명상을 익힐 수 있도록 안내문도 실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지금 이 순간, 그가 알려준 명상을 직접 따라 해보고 꾸준히 실천에 옮기는 일이 아닐까?
장현갑 지음/불광출판사/1만6000원

장현갑 지음/불광출판사/1만6000원

원본보기 아이콘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