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중학교 입학원서용 증명사진을 찍을 때였다. 집 앞에 동네에서 유일한 사진관이 있었다. 나랑 똑같이 생긴 사진 넉 장을 주는데 너무 신기했다. 무작정 동생들을 데리고 사진을 또 찍으러 갔다. 쓸 데 없이 비싼 돈 들여 사진을 찍었다고 어머니께 꾸중을 들었다.”
전라남도 법성포에서 태어난 유병용 작가(65)는 사진을 처음 접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 가정형편상 40년간 은행원(외환은행 재직·1971~2010년)으로 살았지만, 사진을 향한 열정만큼은 늘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 첫 월급은 고스란히 카메라(Canon Demi EE17)를 사는데 썼다.
은행에 다니면서도 틈틈이 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야간에 대헌공업전문대학(현 재능대학교) 사진과를 거쳐 상명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에서 비주얼저널리즘을 전공했다.
그간의 작업을 모은 사진집은 흑·백, 어둠·빛, 계절·환희, 하늘·바다, 길·선택 등 주제별로 나눠 차곡차곡 정리했다. 그렇게 50년 넘게 품었던 순수한 열정은 어디 가질 않았다. 현재는 디지털사진연구소 사진티나 대표로 일한다.
12일 문을 연 유병용 작가의 사사(詩寫)전 ‘사진, 말없는 시’는 마포아트센터 갤러리맥에서 오는 17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스물두 번째 개인전은 인스탁스 사진전 ‘62×99㎜’ 이후, 9년 만이다. 작품 50여 점이 관객들과 마주하고, 130여 점은 사진집에 실린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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