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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멈춰선 삼성]권오현 "상황 엄중...성장동력 엄두 못내"

최종수정 2017.10.13 11:13 기사입력 2017.10.13 11:12

사퇴의 변 통해 참담한 심정 전달, 실적 좋지만 경영 상황은 '마비'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2012년부터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아 회사를 이끈 권오현 부회장이 결국 용퇴를 선언했다. 32년간 삼성전자에서 연구원, 사업부장, 대표이사를 거치며 반도체 성공 신화를 일구고 세계 최고, 최대의 반도체 회사를 만들어 낸 권 부회장의 이 한마디는 현재의 삼성전자를 대변하고 있다.

분기 영업이익 14조5000억원이라는 공전전후의 실적을 거둔 가운데 권 부회장은 현재의 실적을 '다행'이라고 표현했다. 사상최대의 실적 역시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에선 사상최대의 실적에도 삼성전자의 절박한 심정이 느껴진다.

권 부회장은 삼성 내 부품 사업에서도 손을 뗀다. 반도체 사업부문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후임은 권 부회장이 직접 삼성전자 이사진에게 추천할 계획이다. 현재 반도체총괄을 맡고 있는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이 유력하다.

삼성전자의 대표이사직은 내년 3월 정기주총 전까지 유지한다. 경영일선에선 모두 손을 떼지만 삼성전자의 얼굴 역할은 당분간 계속하게 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사업부장의 경우 잠시라도 비워둘 수 없는 자리인 만큼 권 부회장이 후임을 이사회에 추천해 이를 추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서 "아직 부회장이 후임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았지만 즉각 인수인계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이후부터 사퇴를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당시부터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함께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신사업 개척 등을 진행해온 만큼 전문경영인만으로 회사의 명운을 가를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기존 반도체,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삼성전자가 현재 보유한 사업만으로는 미래를 영위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CEO) 3인은 각각 반도체, 휴대폰, 가전 등 각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역할을 하고 오너는 미래 먹거리를 고민해왔던 만큼 현 경영 체제로는 새로운 사업 진출 등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권 부회장이 후배 경영진에게 경영쇄신의 책임을 맡기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소비자가전(CE) 부문장을 맡고 있는 윤부근 사장도 언급한 바 있다. 윤 사장은 지난 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 2017에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재용 부회장이 선단장이라면 저희(각 부문장)은 선장"이라며 "선단장 없이 고기를 잡으러 가는게 외부에선 별것 아니라고 하지만 저희는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윤 사장은 "삼성이 3~5년 뒤의 비전으로 향하기 위해선 구조개편이나 M&A가 꼭 필요한 시점인데 현재로선 모두 멈춰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권 부회장의 사퇴와 함께 삼성전자도 인사를 앞당기는 등 체제 정비에 본격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의 재판 경과를 지켜보며 주요 의사 결정을 늦춰왔지만 더이상은 늦출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 인사팀은 이르면 다음 달 임원 인사를 내는 것을 목표로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 놓고 있던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도 진행 중이다. 삼성 계열사의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물론 계열사 별로 인사를 준비 중"이라며 "더 이상은 늦출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원 인사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사장단 인사는 아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각 사가 개별적으로 인사를 준비 중인 만큼 예전처럼 대규모 사장단 인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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