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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 기술도, 정보도 없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

최종수정 2017.10.13 08:35 기사입력 2017.10.13 08:35

우주항공·기초과학·AI·빅데이터 등
국가미래 설계 책임진 과기정통부
국감장은 "통신비 내려라"만 울려퍼져
과학·기술·정보 이슈는 '통신' 파묻혀




새 명찰을 달고 출범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첫 국정감사 현장은, 여기가 '이동통신부'라고 하는 새로 생긴 정부부처의 국감장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12일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주무부처로서, 우리나라의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라는 국민적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과기정통부가 해야 할일이 많다"는 첫 공식발언으로 국감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라는 부처명에 담긴 '과학'과 '기술', '정보'라는 국가의 비전을 상징하는 주제들은 '통신비인하'라는 블랙홀로 모두 빨려들어갔다.
단말기완전자급제, 유심 담합의혹, 바가지 로밍요금 의혹, 스마트폰 품질보증 연장 등 이동통신과 관련한 질의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이통사 CEO중 유일하게 참석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의원들의 질의때마다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해야 했다.

온국민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시대, 누구나 통신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요금을 깎아주겠다'는 구호는 대중의 이목과 인기를 끄는 수단이 되기 쉽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연간 400조의 예산을 운용하는 한국의 미래설계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주항공부터 원자력, 소프트웨어 등 4차산업혁명의 구체적 방향과 정책을 놓고 고민해도 아쉬울 상황에 포퓰리즘적 이통사 때리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통신비에 대한 정치쟁점화에 반대한다"면서 "통신비인하는 가계소득을 늘려 소득주도 성장을 이끄는 솔루션도 아니다. 가계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20여년간 1인당 평균통신비 지출은 1인당 3만원에서 3만9000원사이를 오가고 있다. 3만9000원 요금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깎아내릴 수 있을까만 고민하고 있어선 안된다는 얘기다.

한 야당의원은 "과기정통부가 할 일이 정말 많은데, 잘못하다간 통신비로 세월 다 보내겠다"는 자조 섞인 발언도 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정부에서 통신사를 국유화해서 이통사 사장을 임명하고, 통신비도 반으로 깎아주는게 낫지 않겠나"라고 푸념 섞어 말했다.

통신비인하를 제도적 장치를 통해 이루려는 노력이 실효성을 갖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왔다. 단통법이 그 사례로 지목됐다.

단통법 시행 첫해에 이통3사가 1조5000여억원의 이익을 거두다가 지난해에는 3조5000억원 수준의 이익을 거뒀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소비자와 판매점 등에 가던 돈이 이통사에로 몰린 것"이라면서 "결국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고르게 비싸게 샀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정치권이 시장에 개입해서 시장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단말기완전자급제를 하는 나라는 전세계 어디도 없다. 단통법도 없고, 지원금상한제도 마찬가지"라면서 "시장을 자유롭게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좋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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