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KITA 글로벌리포트]트럼프發 '회색 코뿔소'를 막아야

최종수정 2017.10.13 10:42 기사입력 2017.10.13 10:42

조용석 한국무역협회 워싱턴지부 차장
1년 전 미국 주요 여론조사기관들은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감안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대선 승리를 예측했다. 대다수의 정계ㆍ재계ㆍ학계 인사들조차 그러한 예측을 기정사실화 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선동적인 공약을 내세웠던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클린턴 후보를 이기고 대권을 거머쥐어 불확실성의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불확실성의 시대 속에서 경제협력의 튼튼한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또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한미FTA를 '일자리를 죽이는(Job-Killing) 협정'이라고 공공연히 비난하며 한미FTA 재협상을 시사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후 지난 3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2017년 통상정책 의제 보고서'에서 한미FTA 시행 후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강조하며 한미FTA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 재협상을 공식 언급했고 지난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폐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통상관계자들이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때맞춰 불거진 북핵문제는 한미FTA가 단순 경제협력이 아닌 양국의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힌 포괄적 협력이라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과 강경파 인사들에게 인식시켜준 계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특별공동위원회 2차 회기를 앞두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에게 "당장이라도 한미FTA를 폐기할 수 있다"라고 말한 것은 협상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미치광이 전략'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워싱턴DC에 소재한 모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폐기 발언이 협상 전략이나 단순한 협박용이 아닌 실제 폐기를 염두하고 있다는 보도를 한 바 있어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미FTA 뿐만 아니라,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LG, 삼성이 미국의 반덤핑 규제를 피하기 위해 생산 공장을 중국,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는 불공정 무역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5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LG전자, 삼성전자가 수출한 세탁기로 인해 자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했다. 내년 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라 현재 워싱턴DC내 분위기는 우리에게 그리 밝지만은 않다.
한미FTA의 성과측정 잣대는 무역수지이고 체결 이후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폭이 증가했다는 점, 자동차와 철강 분야에서 미국은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행정부가 바라보는 시각은 변함이 없다고 본다. 북한문제로 양국 동맹관계가 강화되고 외교, 안보 이슈로 미국의 일방적인 한미FTA 파기는 불가하다는 의견에 경도되어 안주한다면 자칫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좀처럼 발생하지 않아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대비하기 어려운 돌발사태를 가리킬 때 블랙스완(Black Swan)이라고 한다. 이와는 상반된 개념인 '회색 코뿔소(Grey Rhino)'는 발생 가능성이 커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을 가리킨다.

한미FTA를 포함한 여러 통상이슈에 대해 미세한 내용을 간과하지 말고 변화의 흐름을 큰 틀 안에서 관찰함으로써 회색 코뿔소를 막아야 할 것이다.

조용석 한국무역협회 워싱턴지부 차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오늘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