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爲之事: 인위적인 것에서 벗어나 일을 처리한다>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도덕경(道德經)'은 중국 도가사상의 창시자 노자(老子)가 지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한 사람이 쓴 것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수차례 편집된 흔적이 있다. 때문에 긴 시간동안 당시 여러 사상을 융합·변형시켜 기원전 4세기경 집대성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상ㆍ하편으로 나뉘어 상편 37장을 '도경', 하편 44장을 '덕경'이라고 한다.
책의 중심사상은 '무위자연(無爲自然)'. 모든 거짓과 인위적인 것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무위는 '도는 언제나 무위이지만 하지 않는 일이 없다(道常無爲而無不爲)'의 무위를, 자연은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天法道道法自然)'의 자연을 뜻한다. 그래서 인위적인 덕목과 예학을 중시하는 유가(儒家)의 사상, 정복과 투쟁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 서양의 사상과는 성격이 다르다. 하물며 무위를 강조하고, 현실 도피적인 도덕경과 체계적인 경영활동인 마케팅 사이에 과연 접점이 있을지 의문이다.
노자가 도덕경 첫 장을 '이름'으로 시작했듯, 먼저 이름에 주목한다. 이름은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회사 이름이든 브랜드 이름이든 그저 뚝딱 만들면 안 되는 이유는 이름을 짓는 것 자체가 하나의 존재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과잉경쟁시대, 싸우지 않고도 상생할 수 있는 전략도 제시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싸우지 말라'며 부쟁(不爭)을 강조했다. 이 말은 싸움을 피하라는 것이 아니라 상생의 지혜를 발휘하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물처럼' 만물을 이롭게,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하면 싸우지 않고도 이긴다고 말했다.
제과회사 오리온의 '예감'은 당시 월 3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던 '제크'를 견제하기 위해 개발됐다. 다른 회사 크래커 매출을 다 합해도 20억 원 정도였으니 그 위용은 대단했다. 이에 오리온은 밀가루보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감자 전분으로 크래커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크래커라기보다 감자칩에 가까웠다. 그렇게 '오븐에 구운 감자칩', '튀기지 않은 감자칩'으로 정체성을 다진다. 감자칩을 기름에 튀기지 않고도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움으로 다가왔고, 건강에 더 좋다는 이미지까지 줄 수 있었다.
노자가 이야기한 무위지사(無爲之事)와도 연결된다. 무위지사로 마케팅 전략을 짜면 싸우지 않아도 상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감이 국내 연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동안 기름에 튀긴 자사제품 '포카칩'은 국내 연매출 1400억원 돌파하며 건재함을 보였다.
새로움은 언제나 익숙함의 저항을 받기 마련이다. 도덕경에 담긴 혁신적 사상은 당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사상을 이단으로 보는 성리학의 성격 탓에 주류에서 배척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도덕경'에 담긴 사상은 민중의식 속에 남아 자연스럽게 그 영향력을 행사했다. '차별화로 싸워 이기라'는 서양의 마케팅을 과감히 버리고, 노자의 가르침에 한 번쯤 귀기울여야봐야 할 이유다.<이용찬 지음/마일스톤/1만3500원>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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