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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11월에 트럼프를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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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철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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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요즘 미국 워싱턴 정가의 화제는 단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간의 화끈한 설전이다.

미국 언론들은 두 사람의 인신공격성 말싸움을 여당내 자중지란에 포커스를 맞춰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긴박한 한반도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우리 입장에선 관전 포인트가 사뭇 달라진다. 코커 위원장은 이번 설전 과정에서 국외자들은 좀처럼 확인하기 힘든 트럼프 정부의 최고위급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의 속사정과 기류를 폭로했다. 일종의 천기 누설이다.
우선 코커 위원장은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해 대화와 협상 메시지를 보내는 '좋은 경찰'과 군사 옵션으로 압박하는 '나쁜 경찰' 식으로 역할 분담하고 있다는 상당수 외교 전문가들의 분석을 일축했다. 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언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조율되지 않은 내용을 자꾸 트위터에 올리는 바람에 중요한 외교적 협상들이 타격을 입었다고 폭로했다.

코커 위원장은 또 북한과의 협상을 강조했다가 공개 면박을 당한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을 비롯,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우리나라(미국)를 혼란에서 지켜주는 사람들"이라고 손꼽았다. 이들 세명은 모두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현실적 대안이라며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은 이들 협상파의 생각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반증이다.

세번째로 코커 위원장은 "타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미국을 3차 세계 대전의 길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결국 지구촌 어느 곳에선가 전쟁의 불길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불안감을 솔직히 드러낸 대목이다.
실제로 이 같은 군사주의적 기류는 지난 9일 워싱턴DC에 열린 미 육군협회 연례회의에서도 확인됐다. 매티스 장관은 당시 "필요할 때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군사적 옵션을 확실히 갖추고 있는 게 미군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나온 마크 밀리 육군참모총장의 발언은 더욱 직설적이다. 그는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생하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참혹하겠지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로스앤젤레스나 뉴욕을 공격하는 것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좌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핵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한반도내 참화도 불사하겠다는 워싱턴내 강경파의 기류를 보여준 대목이다.

미국 정부도 현재의 재정적, 군사적 운영 제약 상 상당한 규모의 전쟁을 감당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미국이 외교적ㆍ경제적 압박을 통해 북한 정권의 북핵 포기를 이끌어내는데 주력하고 있는 현실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한ㆍ중ㆍ일 순방을 마치고도 북핵 해법에 대해 빈손으로 돌아오게 될 경우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행동을 막아 온 대북 협상파의 입지도 급속히 위축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이 같은 상황에 미리 대비해야한다. 단순히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안된다'는 식의 호소만으로는 군사적 옵션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험한 선택을 막기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의 귀를 다시 솔깃하게 하기 위해선 북한의 핵 공격으로부터 서울은 물론, 워싱턴의 안전까지 담보해낼 수 있는 대안과 협력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도 엄혹한 현실에 맞게 업그레이드할 때가 됐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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