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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의 갤러리산책] 오리고, 붙이고, 구기고…사진을 조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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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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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이탈리아 여행 중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 우연히 사진을 찍었다. 한국에 돌아와 현상해보니 찍은 필름은 강렬한 햇빛에 모두 바랬다. 불현 듯 아쉬움이 남았다. 그 이후부터 ‘투어리스트’ 시리즈를 시작했다.”

여행지에서 느낀 강렬한 감정을 잊지 못해 그 곳을 다시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내가 다르듯 느끼는 감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똑같은 사물일지라도 대상에 대한 내적 의미는 시간에 따른 감정과 외부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시간의 차이는 곧 시각의 차이를 만든다.
홍성도(64)는 그 차이를 한 장의 사진에 모두 풀어낸다. 여행 중 촬영한 각기 다른 사진을 하나의 작품으로 재구성했다. 2차원 사진 위에 시차가 있는 다른 사진을 붙여 비슷한 듯 색다른 이미지를 생성,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2005년부터 진행한 작업이다. 근래인 2013년에는 쿠바의 수도 하바나를, 2015년에는 이탈리아 파르마 지역미술관에 가 사진을 찍었다.

홍성도, 쿠바 캐피탈 그림자, 2013, 디지털 C-프린트, 알루미늄, 110×196㎝

홍성도, 쿠바 캐피탈 그림자, 2013, 디지털 C-프린트, 알루미늄, 110×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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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일정으로 해외를 많이 다녔다. 뉴욕, 베니스 등 같은 장소도 여러 번 갔다. 그러다 보니 그 느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남기고 싶었다. 일단 여행을 가서 한 장소를 여러 번 시차를 두고 찍는다. 주로 시내를 다니며 스냅사진으로 찍는데 낮과 밤, 여러 번 의도적으로 방문하기도 하고 몇 년 시차를 두기도 한다. 여행자이기에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부분들을 찾아 집중한다.”
처음 그는 전통 조각으로 미술과 연을 맺었다. 하지만 돌, 브론즈 등 소재에 매몰되지 않는다. 사진, 네온, 오브제, 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활용했다. 특히 해체 작업에 몰두했는데 일상적인 사물을 파편화하고 재조립해 시선의 전환을 꾀했다. ‘성형수술’ ‘스캐닝’ 등의 연작에서는 복제와 사진, 아상블라주(assemblage:일상품을 한데 모아 구성한 미술품) 기법을 이용해 인체의 분해와 접합을 시도했다.

홍성도는 “조각을 하면서 사진 작업도 병행했다. 조각으로 자동차를 분해하는 등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인체는 실제로 분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투어리스트 전에는 인체사진도 많이 찍었다. 사진으로 그 느낌을 찾으려고 애썼다. 여행을 기반으로 작업을 해볼 수 없을까 고민하다 나온 결과물”이라고 했다.

홍성도, 마드리드 지하철, 2007, 디지털 C-프린트, 알루미늄, 사진, 79×145㎝

홍성도, 마드리드 지하철, 2007, 디지털 C-프린트, 알루미늄, 사진, 79×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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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도, 뉴욕 프린스 스트리트, 2008, 디지털 C-프린트, 알루미늄, 사진, 110×220㎝

홍성도, 뉴욕 프린스 스트리트, 2008, 디지털 C-프린트, 알루미늄, 사진, 1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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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간을 자유자재로 오리고 붙여 회화와 조각, 그 중간 형태의 작품을 만든다. 기본 바탕이 되는 프린트에 따로 찍은 사진을 덧붙이는데, 붙인 사진은 여러 조각으로 나누거나 때로는 구겨 리벳으로 고정한다. 강조하고자하는 부분을 도드라지게 표현, 입체 조각의 느낌을 더한다. 파편 조각 같은 사진은 생동감이 넘친다.

“한 장소에서 대상을 여러 번 찍어도 다르게 느껴진다. 사람들의 뒷모습, 지나다니는 차에도 각기 다른 순간의 느낌이 있다. 내 작업은 말하자면 서로 다른 시간을 하나의 시간, 한 장면으로 만드는 것이다. 사진을 재조립하는 과정에서 어떨 때는 어색한데가 있어 공간이 빌 때가 있다.”

1950~60년대 쿠바의 고풍스런 차가 보이는 ‘쿠바 캐피탈 그림자’(2013)와 빠르게 지나가는 지하철을 담은 ‘마드리드 지하철’(2007) 등에서 알 수 있듯 작업에는 유난히 움직이는 교통수단이 많이 등장한다.

작가는 미국 뉴욕의 프렛 인스티튜트 대학원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소호거리를 자주 오갔다. 1991년 졸업 후 귀국해 한국에서 작품 활동을 해오다 뉴욕을 여행할 기회가 많았다. ‘뉴욕 프린스 스트리트(2008)’는 작가가 뉴욕을 여행하던 때 찍은 사진이다.

홍성도, 이태리 미술관, 2015, 디지털 C-프린트, 알루미늄, 사진, 90×130㎝

홍성도, 이태리 미술관, 2015, 디지털 C-프린트, 알루미늄, 사진, 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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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도는 “유학시절 매일 지나다니던 역을 유학생이 아닌 여행자가 되어 돌아오자, 익숙하던 공간이 낯설게 느껴졌다. 독특한 뉴욕 지하철의 분위기는 변함이 없지만, 여행자이기에 변화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당시에나 여행 할 때나 지하철로 주로 이동하는데 변화하는 광고판 혹은 지하철이나 자동차가 주는 속도감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홍성도는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지금껏 ‘조각을 한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조각가가 시도한 작업인지라 사진 영역에도 변화를 줬다고 생각한다. 한 주제로 10년 이상 했으니 마무리할 때도 됐다. 다시 조각을 하기 위해 정리하고 기증했다. 사진을 했던 경험은 앞으로의 조각에도 묻어나올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1일 문을 연 홍성도 기증작가 초대전 ‘시차(時差) 그리고 시차(視差)’는 내달 12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소장작품 전시실에서 열린다. 그가 기증한 투어리스트 시리즈 서른 점 중 열일곱 점을 추렸다. 관람객은 작가의 여행을 다층적 시간과 장면으로 만날 수 있다.

홍성도, 틴토레토 스페인, 2007, 디지털 C-프린트, 알루미늄, 사진, 90×134.5㎝

홍성도, 틴토레토 스페인, 2007, 디지털 C-프린트, 알루미늄, 사진, 90×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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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전시장 전경[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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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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