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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연구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최종수정 2017.10.11 10:38 기사입력 2017.10.11 10:38

출연연 산적한 문제, 개혁 작업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미래희망 100년'의 내용을 담기 위해서는 출연연 개혁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과학기술로 성장한 50년, 100년의 희망을 만들어 갑니다!"

정부과천청사 5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입구에 들어서면 눈에 곧바로 들어오는 문구입니다. 큼지막합니다. '과학기술 50년, 미래희망 100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과학정책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탄생했고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꾸려졌습니다. 청와대에 과학기술보좌관이 생겼습니다. 지능정보사회에 대응하고 신 성장 동력을 이끌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출범했습니다. 형식적 시스템으로는 '과학이 대우받고 과학이 중시되는 사회'가 된 듯합니다.

내용을 보면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형식적 시스템을 넘어 내용으로 파고 들어보면 여전히 과학은 100년의 희망을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산을 넘어야 하는데 산을 오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먼 산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입니다. 박기영 전 과기혁신본부장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내정자의 자진사퇴로 불거진 인사문제는 그 시작이었습니다. 인사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또 다른 복병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과학기술계를 상징하는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 문제입니다. 12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됩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앞 다퉈 출연연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그중 가장 많은 부분이 출연연의 '비정규직' 이슈입니다.
과방위 송희경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연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 6월 현재 25개 출연연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 인력의 23.4%를 차지했습니다. 그 중 연구 인력이 21.3%, 지원인력(행정직, 기능직)이 2.2%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경우 비정규직 연구인력 비율이 36.8%로 가장 높았습니다. 연구인력 10명중 약 4명 정도는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도 비정규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IBS 연구직의 경우 영년직과 영년직 트랙, 비영년직 트랙으로 나눕니다.

영년직과 영년직 트랙은 정규직인데 비영년직 트랙은 일정 기간(3+2, 최대 5년)이 지나면 IBS를 떠나야 하는 비정규직입니다. 올해 6월 현재 IBS 연구직 566명중 비영년직 트랙 인력은 459명입니다. 이를 계산해 보면 IBS 연구직의 비정규직 비율은 81%에 이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구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비정규직이라는 불안한 신분으로 연구 외적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과기정통부는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4일 발표하기로 했다가 추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며 연기한 이후 구체적 방침을 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연연 연구원들의 자발적 퇴직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방위 신용현 의원(국민의당)은 최근 7년 동안 출연연의 자발적 이직자 810명중 449명(55.4%)이 대학교수로 전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출연연의 자발적 퇴직자 가운데 절반이 대학으로 이탈하고 있고 최근 연구원 이탈규모 증가나 속도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연구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최근 7년 동안 출연연 퇴직자 1261명 가운데 64%에 해당하는 810명의 연구원이 스스로 사표를 냈습니다.

810명중 절반에 해당하는 449명은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출연연보다 연구 환경이 비교적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대학 교수직을 선택했습니다.

신용현 의원은 "연평균 70여명의 연구원이 대학으로 이직하고 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55명이 이직하면서 출연연 연구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연구자들이 출연연에서 근무하는 것 자체가 긍지와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제도와 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25개 출연연을 총괄하는 연구회 이사장 선임도 늦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7일 연구회 이사장 공모에 응한 18명 중에서 원광연, 유진 카이스트 교수와 유희열 전 과학기술부 차관 등 3명으로 좁혀진 바 있습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이들 세 명 중 한명을 청와대에 추천해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예정대로라면 9월말 선임돼야 했다"며 "일정이 미뤄지면서 과기정통부 국감이 마무리되는 10월 마지막 주에 결정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연구회 이사장은 25개 출연연을 관할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리입니다. 출연연 문제가 산적해 있고 개혁 작업에 적극 나서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출연연을 본 궤도에 올려놓고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습니다.

'과학기술 50년'을 넘어 '미래희망 100년'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과학 환경은 여전히 척박합니다.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희망 100년'은 공허한 메아리로만 머물 것입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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