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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요일에 읽는 전쟁사]고대의 가장 무서운 전술·전략무기, '곤충'

최종수정 2017.10.11 09:57 기사입력 2017.10.10 14:56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유독물질로 이뤄진 독침을 보유한 '붉은불개미'가 이슈가 되면서 각종 해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차가 있지만 곤충의 독침은 치사량을 맞을 경우, 실제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고대부터 이런 해충들은 전쟁에서도 무기로 쓰이곤 했다.

임진왜란 당시 홍의장군(紅衣將軍)으로 이름을 날린 의병장, 곽재우(郭再祐)의 일화에서도 벌을 전술무기로 활용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곽재우가 경상남도 창녕의 화왕산성(火旺山城)에서 왜군과 맞섰을 때, 옻칠한 관속에 벌통을 넣고 이를 왜군이 주둔한 곳 근처에 두고 갔는데 이를 왜병들이 보물이 든 함인줄 알고 열었다가 벌에 쏘여 크게 당황하자 기습해 승전을 거뒀단 이야기다.

이후 왜병들이 관을 발견하면 벌을 잡고자 일단 불에 태우기 시작했다는 정보를 듣고, 그 다음부터는 관속에 화약을 투입, 왜군 주둔지 여기저기서 폭발이 일어나자 재차 기습해 승리를 거뒀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의병들 뿐만 아니라 관군들이 산성에서 벌이던 전투에서도 벌통은 자주 쓰였으며 특히 밀집보병 방진을 주로 펴서 다니던 왜군들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인 무기였다고 한다.

말벌집을 제거하는 모습. 말벌은 특히 치명적인 독성으로 인해 현재도 피해가 많이 발생한다. 고대에는 공성전에 무기로 많이 활용되기도 했다.(사진=아시아경제DB)

벌통은 서양에서도 고대부터 쓰였던 주요 전술 무기 중 하나였다. 고대 그리스·로마시대부터 벌통을 투석기에 넣고 성안으로 쏴서 성내 혼란을 유도하는 작전이 잦았는데 특히 로마제국 시대에는 벌통이 남아나질 않을 정도로 로마군이 벌통수집에 혈안이 됐었다고 한다. 11~14세기 십자군 원정기는 물론 17세기 독일의 30년전쟁 때에도 벌통이 공성전에 쓰였다는 기록은 많이 남아있다.

의도치 않게 로마제국을 구한 곤충도 있다. 바로 기원전 323년, 바빌로니아에서 말라리아에 걸려 숨을 거둔 전술의 천재인 알렉산더 대왕을 죽게 만든 '모기'가 그 주인공. 당시 알렉산더는 그리스로 귀환하며 동방 원정 이후 서방 원정을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아라비아 반도 원정 후 로마로 진군할 계획이었다. 이 모기가 알렉산더 대왕을 물지 않았다면 당시 작은 도시국가였던 로마는 함락됐을 가능성이 높고 우리가 아는 로마제국은 탄생되기도 전에 멸망할 수도 있었던 셈이다.
6.25 전쟁 당시 어린이들에게 DDT를 살포하는 모습(사진=위키피디아)

현대전에서도 주로 열대지방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승패는 적의 총탄보다 모기가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국과 일제가 벌인 태평양전선을 통해 모기 박멸을 목표로 한 살충제의 개발과 대량 투하가 이뤄졌다. 가장 대표적인 살충제는 흔히 'DDT'라 불리는 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이었으며 1950년대 미국에서는 DDT가 몸에 좋다며 DDT를 넣은 칵테일인 '미키 슬림'을 마시기도 했다. 이후 베트남전에서도 미군은 모기 박멸을 목표로 고엽제를 대량으로 공중투하시키는 일이 잦았으며 이로 인해 참전용사들의 고엽제 후유증 문제도 발생했다.

이런 독충들이 주로 전술적 측면에서 전쟁의 방향을 갈랐다면, '메뚜기'의 경우에는 고대국가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전략급 무기였다.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황충(蝗蟲)'이라 불렸으며 일단 대규모로 발생하면 왕조를 쉽사리 교체시키곤했다. 성경에도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10가지 심판 중 하나로 메뚜기떼가 등장한다. 요한묵시록에도 지옥의 악신 중 한명인 '아바돈'이 메뚜기떼의 왕으로 나온다.

메뚜기떼는 여전히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에서 심각한 기근을 일으킨다. 고대에는 왕조를 붕괴시키는 대재앙 중 하나였다.(사진=유엔환경계획(UNEP) 홈페이지)

메뚜기의 경우에는 12억마리 이상이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거의 모든 것을 갉아먹어치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기 1200년에는 아프리카 중부에서 대량 발생한 메뚜기떼가 계절풍을 타고 이집트로 건너와 대기근을 일으켰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사람들이 기아에 시달리다가 서로 잡아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삼국지에서도 메뚜기는 심심찮게 등장하는 재앙 중 하나다. 당시 중국 중부의 연주에서 자웅을 겨루던 조조와 여포의 접전 양상을 메뚜기가 뒤바꾼 이야기는 유명하다. 전투경험이 풍부한 여포군에 밀리던 조조군은 대규모 메뚜기떼의 출현으로 전쟁양상이 바뀌면서 결국 보급유지에 성공해 승리를 거둔다.

메뚜기는 보통 기근이 심해져 생활환경이 안 좋아지면 종족보존을 위한 수단으로 개체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린다고 알려져있다. 호르몬 변화로 부화율이 급증하고 날개가 길어져 장거리 비행이 가능해지며 평소보다 식사량도 늘어나 자기 몸무게의 2배까지 먹을 수 있게 된다. 이후 주변 군체들을 모두 불러모아 아주 거대한 군락을 형성한 뒤, 각 지역을 초토화시키며 먹어치운다. 메뚜기떼 자체가 주로 기근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안좋은 식량사정을 거의 최악의 상황까지 몰고가는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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