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러시아] 상대 투톱 다 놓쳤다…지우개도 청소기도 없는 한국 수비

축구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월드컵 상대국에는 꼭 간판 선수가 있다. 세계적인 스타일 수도 있다. 그를 지우고 막아야 한다. 한국 수비의 중책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라면 어림 없다. 러시아와의 친선경기는 우려를 더 키우는 시험무대가 됐다.

한국은 7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VEB아레나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러시아에 2-4로 졌다. 여러가지를 확인하고 시험하는 경기. 실점한 네 골에 좌절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수비 내용과 결과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수정해야 한다.

먼저 상대 투톱, 공격수 두 명을 모두 놓쳤다. 러시아는 알렉산드르 코코린, 표도르 스몰로프가 공격 선봉에 섰다. 한국은 수비수 세 명을 세워 중앙 수비를 튼튼히 하려 했다. 장현수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수비라인 모양이 바뀌었다. 그러면서 수비수 세 명이 번갈아가며 수비수 두 명을 효과적으로 막아야 했다. 두 명 수비는 빌드업 보다도 일차적인 임무였다. 말 그대로 둘을 지우는 지우개가 되어야 했다.

러시아 공격수들의 전략은 확실했다. 스몰로프가 앞에 있다가 뒤로 빠져나오면서 한국 수비수들을 흔든 다음 코코린이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전반 25분 맛보기로 당했다. 스몰로프가 순간적으로 뒤로 빠진 자리를 코코린이 뛰어들어가자 중원에서 패스가 연결됐다. 한국은 처음에 코코린을 잘 막는가 싶더니 김주영, 권경원이 공을 처리하려다가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코코린에게 슈팅을 허용했다.

한국은 불안하다가 세트피스 수비에서 두 명을 놓쳐서 실점했다. 전반 44분 코너킥 상황에서 골문 앞 한국 수비진을 피해서 돌아서 뛰어 들어가면서 헤딩 슈팅하는 스몰로프를 놓쳤다. 김영권이 더 압박해줘야 했다. 후반 10분 코너킥 추가실점도 같았다. 오른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코코린이 자유롭게 헤딩하도록 놓쳤다. 공은 그대로 김주영의 몸을 맞고 한국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세트피스 수비는 지역 방어 형태였다. 간간히 대인 방어 형태도 취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아마추어 같은 위치 선정과 대응으로 러시아에 위협적인 슈팅을 허용했다. 러시아는 한국의 세트피스 수비망을 파악한 뒤 허점을 노려 요리했다.

인플레이 상황에서는 청소기도 없었다. 러시아의 공격은 좌우로 빠져 들어가는 공격수 혹은 날개 미드필더들을 활용한 공격이 많았다. 이를 미리 차단하거나 경로를 막고 서 있을 진공청소기가 필요했다. 러시아 미드필더들을 강하게 압박할 선수가 한국에는 없었다. 한국은 러시아에 2-4로 졌다. 수비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스리백을 활용, 경기장을 넓게 활용하고 측면 공격을 살리는 데는 경기 초반 효과를 봤지만 수비가 불안해지면서 공격에도 활력이 붙지 못했다. 아직 주전이 확실치 않아 조직력이 다져지지 않은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