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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 손모씨 안정적인 삶 찾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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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매월 19일 일자리 구하는 날로 정하고 구인업체와 구직자간 현장 면접 진행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종로구에 사는 47살 손모씨는 얼마전까지 알콜중독에 시달리며 가정 생활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종로구의 지속적인 직장 만들기 노력 덕분에 이젠 직장도 잡고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는 종로구(구청장 김영종)가 운영하는 구인구직 만남의 장 ‘일구데이’ 덕분이다.

종로구 일구데이는 매월 19일을 일자리 구하는 날로 정하고 구인업체와 구직자간 현장 면접을 진행하는 데서 이름을 따왔다.

김영종 종로구청장

김영종 종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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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는 당월 구인 수요가 있는 업체를 발굴한 후 적합한 구직자를 알선, 연 20회 이상을 목표로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일구데이를 통해서 총 9건의 취업을 성사시켰다.

#“일주일만 다녀보자”했던 직장, 삶의 활력으로

올해 47살인 손모씨는 다문화 가정의 가장이다. 8년 전 결혼한 아내는 이제 제법 한국어를 능숙하게 할 줄 아는 필리핀 사람이다.

벽지 가게에 고용돼 벽지와 장판 등을 운반하던 손 씨는 지난해말 경기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퇴근 후 즐겨마시던 술에 더욱 의존하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술을 찾게 되면서 손 씨는 아내에게 분풀이를 하고 ‘기텔만 증후군’이라는 유전적 희귀병을 가진 딸에게 폭언하는 일이 늘어났다.

아내 설득으로 종로구 일자리지원센터를 찾은 손 씨에게 구는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마땅한 이력이 없는 손 씨를 위해 구인업체를 연계해줌은 물론 이력서 작성을 돕고 모의면접까지 준비해 꼼꼼히 도왔다.

이런 노력 끝에 손 씨는 약국 창고정리 일을 시작하게 됐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잘 해낼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에 일주일만 버텨보자고 시작한 새 일은 어느새 3개월째로 접어들어 이제 손씨의 ‘삶의 의미’가 됐다. 동료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고 아내와 딸아이와 관계도 개선됐다. 인생의 활력을 찾자 자연히 술과도 멀어졌다.

#국정홍보처 공무원이 장애판정… 아픔 딛고 호텔에서 제2의 인생

안 모씨(54)는 2002년까지만 해도 자기 일에 넘치는 자부심을 가진 국정홍보처 공무원이었다. 그런 안 씨에게 뇌졸중의 일종인 ‘뇌지주막하 출혈’이 찾아왔다. 수개월 투병 끝에 안 씨는 장애판정을 받고 다음해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떠나야 했다.

업무에 애정이 깊던 안 씨에게 일을 못하게 된 상실감은 누구보다 컸다. 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는 소소한 집안일이나 봉사활동이 전부였다. 이런 안 씨가 찾은 곳이 바로 종로구 일자리지원센터였다. 이력서 작성은 물론이고 면접장에까지 구 직원이 따라가 동행한 결과 안 씨는 종로구 내 포시즌스호텔에서 식음료 서비스 보조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외발접촉증을 아시나요?

한모씨는 아킬레스건의 근육이 덜 자라는 ‘외발접촉증’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앓고 있었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한 번, 고등학교 2학년 때 한 번 총 2번의 수술로 비교적 자연스런 걸음걸이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오랜 장애에도 불구하고 학창시절 학급회장, 부회장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생활하던 한 씨는 20살이 되면서 대학에 가지 않고 취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아르바이트 경험을 통해 고객 응대에 흥미를 느끼고 서비스업으로 진로를 정한 한 씨에게 취업은 커다란 난관이었다.

장애로 구직이 쉽지 않던 한 씨는 종로구 일자리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았다. 몇 번의 상담과 추천 끝에 호텔에서 일하는 것이 한 씨에게 가장 알맞다는 판단을 내린 일자리지원센터는, 걸음이 불편한 한 씨를 위해 면접장에 차로 동행까지 하면서 힘을 북돋아 주었다. 지금 한 씨는 앞선 사례의 안 씨와 같이 포시즌스호텔에서 예약 담당을 맡아 청춘이 가진 뜨거운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이런 사례 외에도 중국 출신의 다문화 가정주부로 신라스테이 광화문점에서 전문 룸메이드로 일하게 된 리모씨(44), 지난 2005년 갑작스레 왼쪽 시력을 상실해 무직 상태에 있었지만 종로구 일자리지원센터의 도움으로 미화원이 된 박모씨(56) 등 다양한 시민들이 일구데이를 통해 새 삶을 찾았다. 지난해는 모두 54명의 사람이 일구데이를 통해 취업에 성공했다.

김영종 구청장은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란 말에 동의한다. 일자리를 가지게 되면 경제적 문제도 해결되지만 자아실현이 가능해져 사람의 인생에 윤기가 흐르게 되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도 일구데이를 통해 구직이 어려웠던 구민들이 희망과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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