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포르노' 거장, 이탈리아 영화감독 '라세 브라운'의 매력적 작품세계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조악한 스태그 필름에서 본격적 포르노 영화 시대로의 전환기에 이탈리아에선 포르노 영화를 행위묘사에서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괴짜 감독이 등장한다.
알제리 출신의 이탈리아인 라세 브라운은 부유하고 귀족적인 집안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따라 외교관이 될 전도유망한 소년이었다.
코닥이 내놓은 슈퍼 8mm 카메라로 1965년 첫 단편영화 <황금 나비>를 만든 라세 브라운은 자신이 직접 해군장교로, 여자친구에겐 일본 게이샤 옷을 입혀 열연을 펼쳤다.
당시 영화의 연출 의도에 대해 그는 “섹스를 감미롭고 억누를 수 없는 것으로 만드는 요소를 감추지 않고 그대로 그러내면서 여자의 집 안방에서 섹스를 나눴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준 높은 성애소설을 쓰는 한편 성인잡지를 출간하며 단숨에 업계의 주목을 받은 브라운은 1966년 직접 영화사 ‘AB베타필름’을 세워 본격적인 포르노 제작에 나섰고, 1971년 성인 책방 고객을 상대로 한 ‘핍쇼 부스’를 선보여 사업적 성공과 동시에 업계의 판도를 뒤바꿨다.
30초당 25센트를 내고 약 2분 길이의 성교 장면을 보여주는 핍쇼 부스는 전국적 배급망을 통해 유통되며 약 2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라세 브라운은 모던 포르노의 거장으로 이름을 남겼다.
그의 작품은 졸속에 가까운 스태그 필름과는 달리 카리브해의 섬, 네덜란드의 고성, 암스테르담의 갤러리 등과 같은 이국적 장소를 배경으로 남녀 간의 감정이 증폭되는 순간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한편 샴페인이나 바나나, 초콜릿 케잌 같은 사소하지만 특별한 소품을 활용해 여성 관객의 관심을 끄는 데도 성공했다.
라세 브라운은 2015년 2월 1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78세를 일기로 당뇨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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