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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인격살인②]일상에 스며든 '몰래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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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발생건수 5년 만에 2배 이상 증가
몰카로 찍은 불법 촬영물, 인터넷·SNS 통해 확산
처벌 수준 징역형 5% 불과

서울 서대문경찰서와 서대문구청 여성안심보안관이 관내 지하철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서대문경찰서 제공)

서울 서대문경찰서와 서대문구청 여성안심보안관이 관내 지하철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서대문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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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남녀 공용 화장실은 절대로 안 가고요. 공중 화장실에선 혹시나 몰래카메라(몰카)가 있나 없나 한 번은 꼭 살펴보게 돼요."

직장인 이모(30·여)씨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변기 주변을 살핀다. 변기에 카메라 등이 설치돼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어서다.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주변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확인한다. 이씨는 "같은 직장에 다니는 여직원의 용변 보는 모습을 몰래 촬영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붙였다는 남성이 있었다는 기사를 보고 소름이 끼쳤다"며 "자기도 모르게 그런 영상들이 온라인에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하다"고 말했다.
◆누구나 몰카 찍는 시대=디지털 성범죄가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확산되고 소형화·고성능화 된 카메라를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으면서 공공장소나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몰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 등 디지털 성범죄 발생건수는 2012년 2400건에서 지난해 5185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화장실이나 숙박업소, 지하철·철도 등은 다중이용시설은 대표적인 디지털 성범죄 장소이다. 국민들의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데 전문 탐지장비나 전문적인 수사기법, 대응 능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 하고 있다.
◆불법 촬영물, 인터넷·SNS 통해 확산=더 큰 문제는 이렇게 불법적으로 촬영된 음란 영상물이 한 번 유포되면 인터넷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는 점이다.

P2P 사이트의 경우 이러한 불법 촬영물을 영리 목적으로도 이용하고 있다.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의 P2P 사이트를 대상으로 일반인들의 성관계 영상을 뜻하는 '국노(국산 노모자이크 줄임말)'라는 키워드를 검색하자 약 한 달 간 2만개 수준에 달하는 게시물 수가 일정하게 유지됐다. 조사에 따르면 관리자는 인기 영상의 노출 빈도를 높이며 국노 키워드에 대한 단어 검색 제한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고 영상을 다시 올리는 방법으로 피해를 재생산하는 것으로 추측됐다.

코레일 ‘여성안심점검반’ 직원들이 역사 내 여자화장실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코레일 제공)

코레일 ‘여성안심점검반’ 직원들이 역사 내 여자화장실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코레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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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방통심의위의 '불법·유해정보 통신심의 내역'을 보면 삭제 또는 차단 등 시정요구를 내린 게시물 중 '성매매·음란' 정보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전체 20만1791건 중 '성매매·음란'은 8만1898건으로 40%를 넘었다. 올해 6월까지의 통계에서도 전체 8만4872건 중 '성매매·음란' 정보가 35%를 넘는 3만200건으로 가장 많았다.

◆처벌 수준 징역형 5% 불과=경미한 처벌 또한 불법 촬영물의 2차 유포를 확산시키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서울지역 법원의 1심 판결(2011년 1월~지난해 4월) 분석결과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처벌은 징역형이 5.3%, 벌금형 71.9%, '음란물 유포죄' 처벌은 징역형 5.8%, 벌금형 64.4%를 기록했다. 불법 영상을 배포해도 징역형 등 강력한 처벌을 받는 사람은 5% 안팎에 그칠 뿐 나머지는 벌금만 내도 되는 '솜방망치' 처벌을 받고 있는 셈이다.

◆불법 촬영물 유포한 경우 5년 이하 징역형=하지만 앞으로는 처벌이 대폭 강화된다. 피해자가 방심위에 불법촬영물 삭제를 요청할 경우 선 차단 조치 후 3일 이내 긴급 심의를 통해 신속하게 불법 촬영물을 삭제 또는 차단할 예정이다. 정보통신사업자가 불법 영상물의 유통 사실을 알고도 이를 미이행하면 시정명령 또는 2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몰카 전문 탐지 장비를 추가보급해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도 실시된다. 과기정통부는 2018년 탐지장비 288대를 추가로 경찰청에 보급할 계획이다. 만약 숙박업자가 직접 촬영할 경우 영업장 폐쇄 처분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영상물을 촬영 대상자 동의 없이 유포한 경우 5년 이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토록 했다. 앞으로는 영리목적으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한 경우에는 벌금형을 삭제하고 '7년 이하 징역형'으로만 처벌한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몰카영상 즉 불법 촬영물은 단순한 촬영물이 아닌 피해자가 분명 존재하는 중대한 범죄영상이 아니라 단순 영상물로 보는 왜곡된 인식이 만연하고, 몰카 범죄 피해의 심각성 및 피해 예방 등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디지털 성범죄 실태를 분기별로 점검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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