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변호사)으로 여러 일을 겪으면서 주위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공무원 때가 좋았습니까? 아니면 공직 이후의 생활이 좋습니까?"입니다.
반면, 민간인(자연인)이 된 게 더 좋다는 근거는 '시간 활용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내 일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서 좋다'는 등일 것입니다. (변호사나 사업 등의 수완을 발휘해 경제적으로 풍족해진 경우는 더더욱) '내가 왜 진즉 공직에 미련을 두고 그리 오래 집착했을까, 오히려 더 일찍 민간인이 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라고까지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검사는 퇴직 후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공무원에 비해 많은 은전과 행운을 가진 '빚진 자'들입니다. 예전에는 검사로 있다가 변호사로 활동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풍족해지리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지만 소위 '전관예우'의 특혜가 점차 사라지는 세태 변화에 따라 검사 출신 변호사의 경제력이 예전에 비해 현저히 저하된 것이 사실입니다.
"공무원일 때가 좋으냐, 민간인일 때가 좋으냐"라는 질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어느 쪽이 더 좋고 나쁨이 없다", "둘 다 똑같이 좋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입니다. '공직에 있을 때가 더 좋았다'며 '세상이 이렇게 험한 줄 몰랐다'고 답한다면 공직 생활을 잘못한 것입니다. 공직 후에 알게 될 일을 공직에 있을 때 몰랐다면 극단적으로 말해서 공무원 때는 뭘 잘 모르고 잘못된 생각과 자세를 가졌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반면 공직 이후의 생활이 더 좋다고 한다면 역시 공직 생활을 잘못한 것이 됩니다. 왜냐하면 공무원으로 재직 시에는 공직을 하찮은 것으로 보고 살았음을 자인하는 셈이며 공직 이후의 사는 자세로 공직을 수행하지 않았었기 때문입니다.
공무원 재직 때와 공직 이후 삶을 비교하는 것은 마치 어린 아이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질문하는 것과 같습니다. 현명한 아이의 정답은 "엄마도 아빠도 똑같이 다 좋아"입니다. 어느 위치에 있던 당당하고 최선을 다하는 직업인이라면 공무원이든 아니든 "똑같은 자세로 살겠습니다"가 정답입니다.
임정혁 법무법인 산우 대표변호사ㆍ전 법무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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