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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지지기반도 흔드는 트럼프, 고도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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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아시아경제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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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위험한 게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김정은)를 독려하고 있다"

"김정은은 이해할 수 없지만 예측은 가능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보여준 무지와 오만함은 예측도 어렵다."
미국의 진보성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오피니언란에 독자들이 보낸 메시지들이다. 진보성향 독자들의 이런 반응은 사실 당연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보수 성향 미국인들도 트럼프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 트럼프의 주된 지지층은 저소득ㆍ일부 중산층 백인들이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는 '본인들의 안위'다. 이민축소, 감세 등 국내 현안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반면 북한과의 충돌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한 미국인은 "보호주의 무역을 내세운 정책을 지지했는데, 오히려 트럼프가 미국인들을 위험하게 만드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이런 지적이 나왔다. 랜드 폴 상원의원은 최근 "트럼프의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나라면 북한에 '우리는 침략과 정권교체 계획이 없기 때문에 점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겠다"고 전했다.
북한 역시 이런 상황을 파악한 듯하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미 공화당 전문가, 분석가들에게 비밀스럽게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제쳐두고, 공화당 관계자들과 이야기하겠다는 뜻이다.

외교적인 부분 외에도 트럼프는 미국 내에서도 본인의 지지기반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과 충돌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미국 국립기념물(national monuments) 대거 해제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미국 전역에 있는 27개 국립기념물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10여개를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문화유산과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기념물을 해제하고, 벌목과 광산채굴ㆍ상업적 개발 등을 독려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논란이 되는 국립기념물들은 트럼프 지지기반인 유타, 애리조나 등에 많이 포진해 있다. 지역주민들의 반대는 당연하다. '오바마 지우기'의 일환이라 하지만, 자신의 지지기반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까지 없애는 것은 어떤 계산이 깔린 것일까.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스포츠계와 충돌하는 것 역시 비슷하다. 프로풋볼리그(NFL) 선수들이 인종차별에 저항하기 위해 국가 연주가 나올 때 무릎을 꿇는 시위를 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NFL선수 대부분은 흑인이지만, 구단주와 주요 팬은 백인이다. 구단주들은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측에 기부금을 낸 대표적인 트럼프 지지자들이기도 한데, 이들 역시 등을 돌리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미국 내엔 숨겨진 트럼프 지지자들, 그리고 골수 트럼프 지지자들이 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시 40%를 회복했다. '막말 연설'로 꼽히는 유엔총회 기조연설, NFL 관련 트위터에 열광하는 골수 지지자들을 잡는 것이 오히려 트럼프에게는 이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타임스의 칼럼니스트들은 트럼프의 유엔총회 연설이 끝나자, "전 세계에서 미국의 잘못을 사과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사죄 순방(apology tour)'이 드디어 끝났다"고 선언했다. 폭스뉴스는 북한ㆍ이란ㆍ베네수엘라를 직설적으로 단죄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찬사를 보냈다.

미국의 커뮤니티 웹사이트 레딧에 개설된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묻는다' 코너에서는 아직도 "트럼프가 사탕발림이 없는 매우 담백한 유엔 연설을 했다고 생각한다"는 반응이 주도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도의 전략이 먹힌 것인지, 아니면 무슨 일을 하든지 지지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미국에도 존재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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